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3.13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3.13 (출처: 연합뉴스)

21일쯤 발표, 순방 후 발의 수순
29일 이후 발의 절차 진행 예상
청와대 “개헌안 최종 정리 중”
우원식 “26일로 미뤄달라” 요청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가 당초 알려졌던 21일에서 뒤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전인 20일이나 21일 정부 개헌안을 발표한 뒤 순방 종료 후인 29일 이후 공식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대통령 개헌안이 곧 확정되면 곧바로 발의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개헌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22일 해외순방 이전에 공식적 발표가 있고, 순방이 끝난 뒤에 발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베트남·UAE 순방은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귀국한 이후 29일이나 30일쯤 국무회의를 열어 개헌안 발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개헌안에 들어갈 내용은 상당 부분 정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개헌안은 사실 거의 정리가 된 상태”라며 “4~5개 정도의 쟁점만 아직 정리되지 않았는데, 그것도 1, 2안 정도로 좁혀졌다. 막바지 정리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 발의안의 내용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과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안에선 권력구조 개편 방향으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안하면서 수도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도 헌법에 포함시켰다. 자문안은 또 ▲헌법 전문(前文)에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민주항쟁 등 4.19혁명 이후 발생한 민주화운동 포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 도입 ▲‘제2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 신설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국회 예산심의권 강화 ▲감사원 독립성 강화 등을 담았다.

청와대가 정부 개헌안의 발의 시점을 뒤로 늦추는 것은 야당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안의 발의 시점이 21일로 알려지면서 보수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여당에 우호적인 야당도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발의 시점을 일정 기간 연기함으로써 국회 논의에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면서, 여야 간 개헌안 합의를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안 발의 시점이 당초 21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국회에 여유를 주면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21일이었다”며 “상당히 넉넉하게 잡은 날짜로, 21일을 넘기더라도 국회에서 논의할 기간을 깎아먹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정부 발의안 카드로 국회 합의를 압박하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국회 논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하거나, 대통령 개헌 발의에 부정적인 야당에 대해 ‘개헌 발목잡기’ 행태로 규정해 압박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안 합의를 주장하면서 제동을 걸고 있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선) 후보가 올해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했다”며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아무런 말씀이 없다가 느닷없이 6월까지 개헌안을 합의하자고 하는데, 이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로 대단히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정부 개헌안 발의 시점을 26일로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한국당은 이번 주 의원총회를 열고 자체 개헌안의 내용을 구체화해 개헌 논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자체 개헌안은 ‘분권형 대통령과 책임 총리제’ ‘6월 개헌안 발의’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6월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저지를 위한 여론전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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