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전산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 총신대 학생)
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전산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 총신대 학생)

 

학생들과 대치 상태 몸싸움도 벌어져

박노섭 재단이사, 현장서 사퇴 선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 중인 총신대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에 사퇴를 요구하며 총신대 학생들이 종합관을 점거한 가운데 17일 밤 또다시 학교 측과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

18일 경찰 및 총신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 50분경 학교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종합관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했다. 학생들은 용역과 대치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오전 1시께 출동했으며, 학생들과 용역직원들은 계속해서 대치 상태다. 이번 총신대 용역 사태는 지난달 24일 밤에 이어 두 번째 발생했다. 이날 박노섭 재단이사는 재단이사장에게 용역 철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장에서 사퇴를 발표했다.

학생들은 현재 학교 행정전반이 이뤄지는 전산실이 상주한 종합관을 점거하고 있다. 종합관 점거로 학사행정은 물론 강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학교 측은 주요 강의실이 있는 종합관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천막을 대여해 지난 주 학교 운동장에 설치하고 임시방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학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김 총장이 지난 2016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 총회장에게 부총회장 후보가 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2000만원을 건넨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김 총장은 이 혐의로 현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건물 안을 진입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유리벽. (제공: 총신대 학생)
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건물 안을 진입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유리벽. (제공: 총신대 학생)

 

 

김 총장은 당초 정관에 따르면 총장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재단이사회의 정관개정으로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단이사회 측은 바뀐 정관으로 제7대 총장에 김 총장을 재선출했다. 학내 여론이 더욱 악화된 원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관개정에 따라 총신대는 예장합동교단 산하 부속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소속교단과 목회자, 교수, 학생들이 들고 일었다. 이들은 정관개정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크게 반발했다. 교단 측은 김 총장과 재단이사들이 탈교단화를 노리고 학교를 사유화했다며 정관원상복구를 요구했다. 교단 측 입장을 대변하는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말 김형국 목사를 차기 총장으로 선임하며 맞섰지만 사태 해결은 요원했다.

교수, 학생, 교단 목회자들의 항의성명과 시위에도 김 총장 측은 요지부동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곽한락 전도사)는 지난 1월 4일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지난달 19일에는 전산실을 점거해 학교 서버를 다운시켰다. 2월에는 사상 최초로 총장이 불참한 채로 졸업식이 진행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21일 학교를 방문했다가 3박 4일 동안 총장실 밖을 나오지 못하고, 결국 경찰을 동원해 학교를 빠져나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용역이 동원되자 분노한 학생들은 종합관 및 학교 전체 점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 전체 점거에 대한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고, 학생들은 반대 여론을 수용해 점거 범위를 종합관으로 축소했다.

점거와 관련해 학생들의 수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여론이 있지만 학생들은 김 총장과 재단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시위를 강행하고 있다.

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비상계단을 오르자 학생들이 뒤따라가고 있다.  (제공: 총신대 학생)
17일 밤 10시 50분경 총신대에 동원된 용역이 비상계단을 오르자 학생들이 뒤따라가고 있다. (제공: 총신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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