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60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60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온라인상 “미투 슬슬 지겹다” 등 표현 나타나

유엔 “한국 정부, 2차 피해 방지에 총력 쏟아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투(#Me Too) 운동이 전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온·오프라인에서 미투 운동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등 현상이 나타나 미투 운동 ‘2차 가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소설가 하일지(본명 임종주, 64)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전공 강의 중 “소설 ‘동백꽃’은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라며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에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임종주 교수는 안희정 전 지사 첫 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건 맥락과 불통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근거해 이른바 ‘꽃뱀’ 프레임으로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고 조롱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온라인에서도 미투 운동을 조롱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미투가 요즘 왜 잠잠해졌느냐’ ‘큰 게 하나 터질 것 같은데 왜 안 터지지’와 같은 글들을 적잖게 찾을 수 있다.

미투 운동 관련 기사에는 ‘미투 슬슬 지겹다’ ‘미투 해결책은 면접 때 여자를 안 뽑으면 된다’ ‘때린 사람 색출하는 건 마녀사냥이지, 맞고 있던 놈(피해자)이 더 나쁘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 참가자들이 8일 오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한국YWCA 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8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 참가자들이 8일 오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한국YWCA 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8

특히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 12일 ‘성폭력 피해자들이 받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최종권고안을 발표하며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8일 미투 운동에 따른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에는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익명 신고 시스템 운영 ▲역고소와 2차 피해에 대한 지원 강화 ▲피해자에 대한 상담·의료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성폭력을 알린 피해자가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게 되는 상황을 더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지적이다.

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불명예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기를 꺼리는 상황을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2차 가해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투 운동에 대한 2차 가해는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인식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며 “미디어 안에서 나타나는 2차 가해나 여성비하 표현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끊임없이 지적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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