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한지상 분)’가 ‘모차르트(조정석 분)’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한지상 분)’가 ‘모차르트(조정석 분)’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연극 ‘아마데우스’

작품, 살리에리 시점·감정으로 진행

독백으로 감정 설명해줘 극 이해 쉬워

대비된 의상으로 캐릭터 특성 드러내

녹음된 곡은 천재성 표현하기에 부족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버라이어티 쪽에서 너무 많은 모차르트를 봐왔다. 나는 살리에리 증후군이다.”

지난 2008년 개그맨 정형돈이 방송에서 한 고백이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뛰어난 인물에게 열등감·시기·질투심 등을 느낀 나머지 그들을 앞설 힘이 없으며 조력자로서 활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평생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다가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끝내 모차르트를 독살하고 만다는 내용의 영화 ‘아마데우스’가 등장한 이후 극단적인 2인자의 심리상태를 이르는 말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살리에리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자신의 전성기인 18세기를 회상한다. 가난한 시골마을 출신인 그는 각고의 노력으로 궁정 음악장의 자리까지 오른다. 살리에리가 명성을 떨치고 있을 때, 그가 있는 오스트리아로 20대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등장한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지현준 분)’와 ‘모차르트(김재욱 분)’가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지현준 분)’와 ‘모차르트(김재욱 분)’가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모차르트의 연주를 들은 살리에리는 그 천재성에 감탄한다.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낀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을 경배하면서도, 평소 방탕한 생활을 하는 모차르트에게서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사실에 분노하며 신을 저주하고 모차르트를 망가트릴 계략을 짜기 시작한다.

작품에서처럼 살리에리가 실제로 모차르트를 질투하고 파멸로 이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격은 천재와 범인(凡人)의 차이를 극적으로 대조하기 위한 픽션이다. 원작자 피터 셰퍼는 1979년 영국 내셔널 씨어터 올리비에에 연극을 올렸다. 작품은 이후 1985년 밀로스 포만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 됐다. 영화는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표현이 탄생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이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이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연극은 시작과 끝을 살리에리의 독백으로 꾸밀 만큼 살리에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느 지점에서 모차르트에게 질투를 느꼈고, 감동을 받았는지 하나하나가 살리에리의 입을 통해 고백된다. 이는 원작과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극을 이해하는 데 친절한 설명이 된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대비되는 의상 연출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살리에리는 극 진행 내내 격식을 차린 의상을 입고 나온다. 이에 반해 모차르트는 흰 양말에 핫핑크색 구두를 신는가 하면 저렴해 보이는 원색의 옷·소품을 매치하는 등 난해한 패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경악스러운 모차르트의 패션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장면들이 바뀌면서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유분방한 모차르트의 성격과 의상이 매치되면서 거슬려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살리에리의 대사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모차르트 음악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연극에서는 ‘돈 지오 반니’ ‘피가로의 결혼’ ‘Piano Concerto No.21’ 등 20개의 명곡이 20인조 오케스트라의 MR과 무대 위 6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만 연주된다. 녹음된 곡으로 인해 관객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음악으로 느끼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살리에리 증후군이 생겨난 이유를 공감하기에 2% 부족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한지상 분)’가 ‘모차르트(조정석 분)’를 도와 진혼곡을 쓰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아마데우스’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살리에리(한지상 분)’가 ‘모차르트(조정석 분)’를 도와 진혼곡을 쓰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7

 

기자가 본 이날 공연에는 배우 조정석과 한지상이 각각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로 분했다. 조정석은 영화에서도 강조됐던 모차르트의 해괴한 웃음소리를 자연스레 표현했다. 또 극 초반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점점 이성을 잃게 되는 모습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지상은 유려한 애드리브와 관객과의 아이컨택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살리에리의 이야기 속에 관객을 끌어당긴다.

작품은 공연 내내 ▲살리에리 본인의 입을 통해 자기 심리를 들어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배우의 호연이 흡인력 있게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음악으로 느끼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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