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하지장애에도 불구하고 빙판 위에서 이중 칼날 썰매를 타고 빠르게 움직인다. 부상 위험이 높지만 거침없는 몸싸움을 서슴지 않고 시속 130㎞로 날아가는 퍽을 잡으려 필사적으로 몸을 날린다. 마치 물속에서 물고기가 활기차게 노는 것처럼 전혀 장애인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경기에 몰입하며 즐기는 모습이다.

2018평창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몸짓이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정상인의 아이스하키 경기 못지않게 격렬하고 흥미롭다.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크지만 좀처럼 지친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장애인 아이스하키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패럴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 장애인 아이스하키 경기가 끝나거나 경기 중간 휴식을 취할 때 선수들이 헬멧을 벗은 모습에 관중들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반응들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육중한 헬멧과 보호장비를 걸치고 경기를 하는 각국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나이가 예상외로 많기 때문이다. 6개 종목, 579명의 각국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최고령 종목을 꼽으라면 아마도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첫 손가락에 들 것이다.

개회식에서 왼쪽 다리에 의족을 한 채 성화를 등짐처럼 짊어지고 비장애인도 오르기 쉽지 않은 10m 남짓의 가파른 오르막을 밧줄을 잡고 올라 성화대를 밝혀 감동을 주었던 한민수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팀 최고참이자 주장으로 올해 48세이다. 두 살 때부터 류머티즘(관절염)으로 목발을 짚고 다닌 그는 서른 살에 왼쪽 다리를 절단했으며 이후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한 2000년부터 18년간 대표팀에서 뛰었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불혹의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그는 서광석(41) 대표팀 감독보다도 7살이나 나이가 더 많다. 한국장애인 아이스하키팀에는 한민수 말고도 골리 유만균(44), 수비 장동신(42) 등 40대 선수들 2명이 더 뛰고 있다. 세계랭킹 3위인 한국대표팀은 평균 나이는 36.2세로 아주 높은 편이다. 세계 1위 캐나다 27.7세, 2위 미국 28.1세보다 7~8세 더 많다.

아이스하키 8개 참가팀 중 최고령팀은 일본으로 평균 나이 41.9세이다. 패럴림픽에 4번 출전한 일본의 골리(골키퍼) 후쿠시마 시노부는 61세로 최고령팀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 초고령화사회인 일본의 현실을 반영하듯 일본은 17명의 엔트리 중 30세 이하는 1명뿐이며, 후쿠시마를 포함한 14명이 36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 팀’이다.

스웨덴은 골리 울프 닉슨(53), 골란 칼슨(54), 켄슨 존슨(54) 등 50대 트리오가 전력의 핵으로 팀을 이끌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법하지만 이들에게는 나이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빙판에서 열정을 불사르며 어린 선수들과 경쟁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들이다.장애인 아이스하키에서 40대 이상의 고참급 선수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스피드가 떨어지며 공격수에서 수비수, 골리로 위치가 점차 바뀌었지만 이들은 오랜 경기감각과 원숙미로 위기 때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며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 경기장 밖에서는 장비 구입 등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매니저로도 나선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들처럼 전문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들이 아니다. 체육전공자들도 물론 아니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나이를 잊고 경기를 즐기는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투혼 스토리는 몸을 정상대로 움직이면서도 일상의 벽에 막혀 움추린 비장애인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평창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면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