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발언을 그만해달라고 말했다가 해고를 당했다는 강민주 전 전남CBS PD가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성적인 발언을 그만해달라고 말했다가 해고를 당했다는 강민주 전 전남CBS PD가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문제제기했다가 지적 받아”

지위 이용한 직장 내 성폭력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MBC ‘PD수첩’이 사회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미투’에 대해 방영했다. 방송에서는 남성중심의 권력 구조 속에서 그동안 사회 각계에서 은폐하고 묵인했던 다양한 성희롱·성폭행의 2차 피해 실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13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고백)의 사건을 다룬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편을 보도했다. 방송에서 직장 내 미투 폭로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입으며 기존 직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전남CBS에서 일했던 강민주 전(前) PD의 사례에서는 당시 수습사원이던 강씨가 상사의 성희롱 발언에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채용요건 부적합’으로 해고당한 사실이 방송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송에 나온 강씨의 증언에 따르면 전남CBS의 모국장은 강씨에게 자신의 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여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의 첫 경험 이야기를 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전남CBS동료직원도 “(모국장이) 아니다 싶은 그런 발언을 자주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강씨는 사내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말은 “너는 해고돼도 문제없는 신분이다” “조직을 시끄럽게 만든다” 등이었다고 했다. 이어 강씨에 대한 수습평가표에는 ‘공동체성이나 태도, 품성면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음’ ‘가치관에 문제가 있어보임’ 등의 평가가 기록됐다.

하지만 강씨의 동료직원들은 강씨에 대해 인성이 나쁘다는 것 등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내가 피해자인데 왜 숨어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해서 해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단원들 31명 중 12명의 여성이 미투 운동을 했다가 피해를 당한 사례도 방영됐다. 이들 12명에게 피해를 끼친 가해자 조씨는 충남국악관현악단 내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충남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얼굴을 공개한 후 조씨를 고소했지만 이들 역시 설 자리를 잃었다.

이밖에도 지위를 이용해 발생하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순간부터 역고소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은 어디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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