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英 위협 판단시 러 자산 동결

러 외무부 “도발 간주… 곧 대응”

미국도 러시아 때리기에 합세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국 정부가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고, 영국에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러시아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 영국에 입국하는 러시아인과 화물 등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올해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장관급 정부 인사와 왕실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오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 후 의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이 같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스크리팔은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에 있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이번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발견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13일 자정까지 답변을 내놓으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러시아는 답변하지 않았고, 이에 영국은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으로 파악된 23명을 1주일 안에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메이 총리는 또 러시아 정부 자산이 영국인이나 거주민들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에서 오는 개인 전용기와 화물운송에 대한 검색과 영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러시아인 입국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장관이나 왕실 인사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방위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 때리기’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최근 행동은 국제사회 질서를 무시하는 러시아의 행동 양상과 부합한다”며 “전 세계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고, 서방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전복, 와해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일에 러시아가 책임이 있다는 영국의 평가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며, 영국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러시아 암살 시도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그들은 뉴욕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책임을 거론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번 사건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리아 등지에서 증가하는 화학무기 사용과 연결지어 러시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백’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는 가운데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의회에서 오히려 이를 영국의 소행으로 돌렸다. (출처: 뉴시스)
영국에서 발생한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는 가운데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의회에서 오히려 이를 영국의 소행으로 돌렸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유엔 안보리에서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영국 정부가 오는 6월 개최되는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의 이미지를 손상하기 위해 공격을 수행했을 수 있다”며 “노비촉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적인 연구나 개발을 실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의 조치에 대해 “유례없는 심한 도발로 간주한다”면서 “이는 양국 간의 정상적인 대화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영국 정부는 자체 조사를 마무리하거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틀과 같은 정립된 국제적 형식과 기구를 가동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대결이란 선택을 했다”면서 “일방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사건 수사 방법에 의존하면서 또 한 번 근거 없는 반러 캠페인을 전개하려 시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규탄했다. 외무부는 러시아의 대응 조치가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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