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매 작품 소름 돋는 메소드 연기로 광기 어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온 김강우가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에서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남편 ‘박진환’ 역을 맡아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사라진 밤’은 국과수 시체보관실에서 시체가 사라진 후 시체를 쫓는 형사,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박진환’, 그리고 사라진 아내 ‘윤설희(김희애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박진환은 단 하룻밤 사이에 완전범죄에 성공한 살인자이자 시체를 빼돌린 용의자다. 김강우는 자신이 죽인 아내로부터 협박받으며 무너지는 인물 진한으로 분해 러닝타임 동안 변화되는 진한의 감정을 이끌어간다. 관객들은 악역일 것 같은 진환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서 배우 김강우를 만나 영화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다음은 김강우와의 일문일답.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보다 재밌게 나온 것 같다. 감독님이 지문을 많이 안 쓰는 스타일이시라 디테일이 자세하지 않아 불안한 요소도 있었는데 완성본을 보니까 시나리오에서 비었던 부분이 차보여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이번 영화는 회차도 많지 않아 촬영본이 거의 편집되지 않고 다 들어갔다. 감독이 많이 찍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 콘티가 있었나보다. 신인 감독이라 불안하기도 하고, 워낙 유쾌한 데다가 술도 좋아해서 처음에는 믿음이 안 가서 다들 걱정했다(웃음). 뭔가 허술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영화는 ‘더 바디’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출연 결정이 쉽진 않았다. 이 시나리오를 받고 공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 불안한 요소였다. 작은 공간 안에서 인물을 표현하고 하룻밤에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나 외국에서 경력이 많은 감독님들도 자칫 헤맬 수 있다. 쫀쫀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다. 그래서 출연 결정을 주저하고 있을 때 기획사 쪽에서 감독님의 단편을 보내줬다. 단편은 더 작은 공간에서 촬영했는데 너무 잘 만들었더라.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긴장감도 있었다. 또 캐릭터도 확실히 보여서 그걸 보고서 결정했다.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박진환이라는 인물은 악역인데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인다.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인가.

국내외 좋은 선배들이 인터뷰에서 ‘악역은 항상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진심이어야 한다’고 하더라.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가 정당하고 진심이라고 믿지 않으면 겉도는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가 중점을 뒀던 것은 내 진심이 전달돼서 관객들이 박진환에 대한 작은 연민이라도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게 시발점이 돼서 기능적으로 호흡이 들어갔다.

-박진환의 시선에 따라 영화의 시간이 흐른다. 오로지 박진환을 중심적으로 진행되는데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부담스럽진 않았나.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박진환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범인을 드러내고 시작해 집중도를 확 높여준다. 범인을 잡는 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박진환이 하는 말 행동 위기에 닥칠 때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게 배우 입장에서 좋으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거다. 과하게 착해도 안 되고, 거짓말을 하면서 너무 뻔뻔하게 보이지도 않아야 한다.

그래서 감독님은 박진환이 손을 떠는 연기를 주문하셨다. 사실 그것만으로 표현이 안 된다. 점점 무너져가고 외양적으로 피폐해져 간다. 호흡도 초반에 아무렇지 않게만 보이면 안 돼서 초 단위로 나눴다. 그렇기에 더 연기가 힘들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계산을 많이 건 처음이다.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 김강우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부인 ‘윤설희’와의 전사가 없어 부부사이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설정했나.

김희애 선배는 저한테 농담으로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어. 그래서 결혼한 거야’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재능 있는 박진환에게 윤설희는 더 큰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한 존재다. 설희에겐 남편으로 맞이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박진환이었다.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던 것은 분명 시작할 땐 사이가 좋았을텐데 왜 그 정도로 변했냐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인 관계 등 기존의 부부와 다르게 잘못된 생활하는 모습을 일부러 넣었다.

제 생각엔 과거의 사건에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으로 갔다고 본다. 학자의 길만 걸었던 박진환이 감내하기엔 너무나 큰 사건이었고 그걸 어떻게 보면 설희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누군가는 저한테 ‘차도 바꿔주고 모든 걸 다 해주는데 나 같으면 아쉬워도 그냥 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해본 사람만 아는 고통이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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