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동물권연구단체 PNR 출범

“동물보호법 보완할 점 많아”

“최근 사람들 인식 많이 변화”

뒤처진 법률·제도 개선 지적

“농장·동물원 동물도 관심을”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사시 공부를 하던 무렵) 한 영상을 보고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외국 동물보호 단체에서 올린 소 도축 영상이었는데, 도축 당하는 소가 너무 괴로워했어요. 그때는 음식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누군가의 반찬이 되기 위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엄청 무섭고 고통스럽잖아요. 그때 그것을 느끼는 존재가 있는 것이더라고요. 죽기 싫어 몸부림을 치는 소와 이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죠. 그 괴리감이….”

쥬쥬동물원, 개농장, 월성 원전 1호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동물·환경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기자회견이나 캠페인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는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동물보호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다.

소 도축 영상을 접한 그때부터 그는 사람이 동물을 대하거나 이용하는 방식이 적당한가란 물음을 끊임없이 던졌다. 변호사가 된 후에도 그랬다. 늘 관심 있던 동물·환경 단체 모임에 나가면서 이 분야 소송을 수임하고 있다. 지난해엔 동료변호사와 함께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 비인간 권리를 위한 사람들)’을 출범시켰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동물 관련 소송에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9일 서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서 변호사를 만나 동물·환경 보호 운동과 관련해 들어봤다.

― 올해로 동물보호법 시행 27년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 3월부터 동물보호법이 개정된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 우리나라가 실제로 문제의식을 느껴 법을 만든 게 아니었다. 88올림픽을 지나면서 엄청난 비난이 있어 91년도에 법을 급조한 것이다. 그때 조항은 스물 몇 개밖에 없었다.

그중 동물학대 조항은 몇 개 없었고, 동물학대 개념도 모호했다. 50만원 벌금형밖엔 없었다. 너무 약해서 계속 개정돼 왔다. 2018년 3월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에선 기존 벌칙을 두 배로 상향했다. 기존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 ‘2년 이하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개정됐다. 상향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사실 그마저도 많이 약하다. 2년이면 약한 처벌이고, 2년일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로 나간다. 학대 조항 자체도 모호한 점이 아직도 많다.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그것도 많이 보완됐다고 하지만, 법률 체계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고, 여전히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 동물보호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동물 보호 관리 의무는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 그것이 활성화되고 법에서 정한대로 그대로 관리가 되어 있다면 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동물 등록과 관련해 지자체의 관리나 홍보가 덜 되어 있고, 위반 시 제재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깐 사람들이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기에 대한 예산이 많이 없다. 보통은 동물보호과에서 담당하는데,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 1명이 겸임하는 식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

― 최근 동물보호단체 등의 활동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동물 보호의식 실태는 어떤가.

오히려 법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잔인한 동물학대도 많아지긴 했다. 반면 동물을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게 생각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아진 것 같다. 제가 동물보호 단체와 일한 기간이 벌써 6년째다. 맨 처음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시작했고, 최근엔 ‘PNR’도 만들어 변호사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다.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많이 바뀐 것도 느낀다.

맨 처음 활동했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동물권(動物權)이란 단어도 생소하고, 동물보호단체가 어떤 법적인 활동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몰랐다. 최근엔 동물 관련 이슈도 많아지고, 인터넷 메인에 뜨는 경우도 많다. 5~6년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비윤리적으로 대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아졌다.

― 동물권연구단체 PNR(피앤알)은 어떻게 출범했나.

작년 7월에 출범했다. 처음엔 둘로 시작해 지금은 변호사 10명이 함께하고 있다. 변호사들 중엔 고양이를 구조한다거나, ‘캣맘’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들은 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같이 하고 싶어 한다.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많이 보내고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국화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5

 

― 동물보호시민단체와 함께 활동하면서 어떤 부분을 배웠나.

아무래도 변호사를 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있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그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같은 것은 사실 잘 모른다. 동물단체와 일을 하다 보니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힘들어 하는 부분과 어떤 제도가 잘못됐는지 등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또 언론에 기사가 나기 전에는 동물 관련 어떤 사건들이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데, 동물단체들은 항상 현장에 있다 보니 언론에 나오지 않은 사건들도 그때그때 접할 수 있다.

― 동물·환경보호에 대한 해외와 국내 인식 차이는 어떤가.

해외에선 동물 관련 논의 자체가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선 동물보호법이 정해진 지 올해로 27년 정도다. 유럽에선 몇 백 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가 있었다. 영국은 이백 몇 년 전부터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논의 자체가 오래 안 돼, 아직까지는 해외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람들의 생각에 맞춰 최대한 법률이나 제도를 맞춰야 하는데, 아직 사람들의 의식보다도 훨씬 뒤떨어지는 게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다.

― 외국에선 동물보호를 위한 퍼포먼스가 많은데.

많이 활발하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에선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외국의 경우 사람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그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동물학대 경험이 있다. FBI 같은 데서도 동물학대범을 주의해야 할 사람으로 정해서 관리를 한다. 그 정도로 동물 범죄를 심각하게 여긴다.

우리나라는 몇 백 마리를 죽여도 집행유예로 나온다. 최근엔 한 펫숍에서 70여 마리 개가 죽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범죄가 심각하다는 걸 이제 인식하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앞으로의 활동과 바람이 있다면.

바람이 있다면 (동물보호)법과 제도가 다 정립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제일 중요하긴 한데, 그에 맞는 어떤 사회적 시스템이 없으면 결국엔 동물 보호가 이뤄질 수 없다. 나아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농장에서 키워지는 동물들과 야생 동물, 동물원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동물들이나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만큼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동물원을 다 없앨 수는 없다. 외국에선 야생을 보여주는 식의 동물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금처럼 가둬두는 형식은 지양되고 있다. 돌고래도 진짜 바다에 있는 돌고래를 보여준다. 아이들한테도 진정한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서국화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동물권 연구를 위한 변호사 단체인 PNR(피앤알)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산양 소송을 이끌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구간에 사는 산양 56마리가 원고가 돼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다.

국내에서 과거 동물을 원고로 제기된 소송이 3∼4건 있었지만, 모두 소송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향상된 만큼 이번 소송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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