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말맞추기 우려… 조사 후 신병 처리 방향 결정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요 혐의에 대해 부인하면서 검찰이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직선거법·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 총 20여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의혹, 민간영역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 다스 실소유주로서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 경영 비리에 가담한 의혹,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BBK 소송 비용을 대납받은 의혹, 다스 비밀창고로 청와대 문건을 불법 유출한 의혹 등이다.
이런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해왔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도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 혐의 관련 액수가 110억원대이고, 비자금 규모도 300억원대에 달해 혐의 내용으로만 보면 구속영장 청구가 충분한 상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 차원에서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다수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이 전 대통령과 향후 재판에 대비한 말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순순히 응하고 있고, 도주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에선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차 조사에 주력한 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로 방향을 정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더불어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구치소에 수감되는 상황이 지난 1995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처음으로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날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오전 조사 전 한동훈 3차장 검사와 조사를 담당한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별수사2부장검사와 티타임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계획이다. 따라서 다음 날 새벽까지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