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출처: 백악관, 미 국무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출처: 백악관, 미 국무부)

CNN 등 분석… 이란 핵합의·러 스캔들 등에서도 마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외교수장을 교체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북한 문제의 해법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한 것과 관련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이슈가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다른 어떤 현안보다도 북한에 대해 뚜렷한 이견을 보였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5월 안에 만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었던 틸러슨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엉뚱한 소리를 내면서 서로 간의 소통 부재를 명백히 보여줬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 무역정책, 주 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이전 문제 등을 놓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일간 USA투데이도 틸러슨 장관의 경질이 북한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리기후협약 등 5가지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특히 북한 이슈가 틸러슨 장관 교체의 직접적인 사유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추진이 있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틸러슨)는 리틀 ‘로켓맨(김정은 위원장 지칭)’과 협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놓고도 둘 사이의 뚜렷한 시각차가 있었다. 틸러슨은 지난해 12월 외교관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러시아가 선거를 방해했고, 다가올 중간선거도 이미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 합의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관계를 틀어지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 자체를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재협상을 떠올렸다. 하지만 틸러슨은 미국이 합의 틀 안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해법도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미군이 아프간 전장에서 탈레반 봉기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탈레반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협상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도 시각차가 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협약 안에 머무르길 바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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