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신대위 비대위와 총학생회 등이 강의가 이뤄지는 종합관을 점거해 학교 측이 제2종합관 앞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했다(왼쪽). 13일부터 천막에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4
총신대 신대위 비대위와 총학생회 등이 강의가 이뤄지는 종합관을 점거해 학교 측이 제2종합관 앞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했다(왼쪽). 13일부터 천막에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4 

한국교회 대표 신학대학의 망신

재단이사 공청회, 대치 끝 ‘무산’

기자회견 현장서 ‘돈봉투’ 등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학생이세요, 교수세요? (종합관은) 교수님은 못 들어가요.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어요.”

13일 총신대 제2종합관 앞에 늘어선 천막 안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화이트보드와 의자 등만을 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상당수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고 있었다. 난민을 방불케 했다. 천막은 일주일 대여료가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멀쩡한 강의실을 놔두고 이들은 왜 운동장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총장과 학생 간 중재점을 찾지 못한 총신대가 궁여지책으로 ‘천막 수업’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전체 검거 해제를 선언했지만 학사행정의 중추적인 공간인 종합관은 여전히 학생 외 교수나 교직원들의 출입이 원활하지 않다. 학생들이 김영우 총장 측 관계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총신대 측은 12일 수업 강행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했다. 학교 측은 출석 체크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총장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총신대 재단이사회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날 재단이사회는 총신대 관련 뉴스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공청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학생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총신대 신관에서 입장 발표 및 질의응답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학생들은 허용하지 않았다.
 

12일 총신대에서 김영우 총장을 옹호하는 재단이사 측 한 목사가 기자회견을 한 후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고 있다. 그는 돈봉투를 꺼내지 말라는 제지를 받고 돈봉투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출처: CBS 노컷뉴스)
12일 총신대에서 김영우 총장을 옹호하는 재단이사 측 한 목사가 기자회견을 한 후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고 있다. 그는 돈봉투를 꺼내지 말라는 제지를 받고 돈봉투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출처: CBS 노컷뉴스)

총신대 학생들은 최근 학부 임시총회에서 투표한 결과 98%가 재단이사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재단이사들의 학교 출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재단이사 A목사는 준비한 유인물을 건물 밖에서 낭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학생들의 규탄 구호에 묻혔다. 공청회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조차 끝내지 못한 A목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기자회견 후 상의 안주머니에서 돈 봉투를 꺼냈다가 꺼내지 말라는 제지 때문에 도로 주머니에 넣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 당초 학교 주관으로 진행되던 공식 종교행사인 심령수련회는 두 쪽이 났다. 13일 저녁 같은 시간에 학교 측과 학생 측으로 양분된 심령수련회가 진행됐다. 학생 측의 예배는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출석 인정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혼란이 가중됐다. 학교 측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가 되고, 학생 측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김 총장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이 같은 학교 상황에 대해 SNS를 통해 “지금 상황이 무지 혼란스럽다”며 “왜 편 가르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학생은 총장을 몰아내는 것은 맞지만 개강은 제대로 진행되야 한다는 쪽과 김영우를 몰아내는 것을 어떤 희생을 하던 간에 해야 한다는 쪽으로 (학생들이) 분열될 상황이 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인만 생각해 공동체 위한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피해와 희생을 깊이 생각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라고 역설했다.

총신대 신대위 비대위와 총학생회 등이 강의가 이뤄지는 종합관을 점거해 학교 측이 제2종합관 앞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했다(왼쪽). 13일부터 천막에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4
총신대 신대위 비대위와 총학생회 등이 강의가 이뤄지는 종합관을 점거해 학교 측이 제2종합관 앞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했다(왼쪽). 13일부터 천막에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4

학생들의 수업거부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자발적 수업거부가 결의된 가운데 12일에는 총신대 일반대학원 원우들까지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원우들은 김영우 총장이 조건 없이 총장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일반대학원 수업을 거부한다”고 결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김영우 총장은 횡령 및 뇌물수수 및 공여, 회계비리, 보복 인사, 권력 남용 등 수많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세상법에 기대어 자리를 연명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부역자 교수와 직원들을 동원해서 끊임없이 학생 간 분란을 조장하며 학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암암리에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신대 일반대학원 원우들은 수업거부 결의를 실행하기 위해 총신학부와 신대원 비대위, 6개 대학원 원우회와 협조해 실효성 있게 실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이날 1981년부터 37년 동안 총신대 공식채플 찬양을 담당했던 야훼선교단도 성명을 내고 총신대가 정상화하기까지 학교의 공식 채플 석상에서 섬기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