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가 2세대(2G) 휴대폰을 롱텀에벌루션(LTE) 휴대폰으로 교체하는 데 합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G 휴대폰 보유자 가운데 긴급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하는 이용자에 한해 LTE 휴대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2G폰 가입자 180만명 중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2G 휴대폰 이용자 59만명이 대상이다. 앞으로 긴급재난문자 수신 문제가 해결되고 이통사는 ‘2G 조기종료’에도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긴급재난문자는 태풍, 홍수, 폭설, 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정부에서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으로 보내는 긴급 문자메시지를 말한다. 단, 지진의 경우 2016년 11월부터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거치지 않고, 규모 2.0 이상의 지진 발생 시 기상청이 직접 발송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 Cell Broadcasting Service)를 시행했으며 2013년 1월 1일부터 출시된 휴대폰부터는 긴급재난문자 수신 기능이 의무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이제 국내에도 지진과 화재 피해, 폭설과 폭염 등 이상기후가 잇따르고 미세먼지 등이 국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그간 재난발생시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는 긴급재난문자가 수신이 안 되는 가입자가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었다. ‘국민안전'이라는 대의(大義) 앞에 적지 않은 재원이 드는데도 정부와 이통사가 전격 합의한 것이다.

이처럼 긴급재난문자 수신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도 2G폰 일부가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재난문자 수신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은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하는 2G폰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의원은 단통법 개정이 불가능하다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근거로 단말기 교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긴급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2세대(2G) 휴대폰에 대해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논란이었다. 2G폰 59만여대는 2006년 이전 생산된 노후 제품이라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 교체를 제외하면 대안이 없었으나 재난문자 수신이 가능한 롱텀에벌루션(LTE) 휴대폰으로 교체를 유도하려면 지원금 지급이 불가피하지만 2G폰 교체에만 추가 지원금을 주는 것이 단통법에 ‘차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가 쟁점이었다.

2G 서비스 조기 종료라는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2G 서비스는 2021년 3월 주파수 사용기한이 만료된다. 180만명 가량 2G 가입자가 3G나 LTE로 이동하지 않으면 2G 주파수를 재할당 받고 2G망을 유지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2G 수익성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월등하다. 이통사는 2G를 조기 종료하고 800㎒(SK텔레콤)·1.8㎓(LG유플러스) 주파수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이에 앞서 KT는 2012년 3월 2G를 종료했다.

앞으로 긴급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하는 2G폰 가입자가 신청하면 LTE폰으로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료는 아니지만 지원금을 일반 단말기보다 많이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종이나 지원금 규모는 정부와 이통사가 조율해 이달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금은 사업자 재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로 인해 불편을 겪거나 차별 대우를 받는 국민에게 정당한 보상이나 차별을 없애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정부 정책으로 일부 국민이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 없다면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정부는 이달 안에 2G 휴대폰을 LTE 휴대폰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단말기 지원금 추가 지원 정책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상 ‘차별 금지’ 논란은 ‘공공의 이익 등 이유가 타당하다면 지원금을 차별 지급해도 된다’는 조항을 단통법에 추가해 풀 계획이다. 차재에 정부는 지진 발생 등 긴급재난 시에 행동 요령 및 장소 안내 등의 사항을 긴급재난 문자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검토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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