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관련 통계 그래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3
결혼 관련 통계 그래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3

혼인율 역대 최저치 기록

인구 1000명당 5명 결혼

결혼선호도 계속 줄어들어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대학교 졸업을 1년 앞두고 학교 자퇴를 선택한 한미영(가명, 26, 여)씨는 비혼족이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았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 수 있었다는 그는 아무리 외롭고 허전하더라도 원하는 일을 이룰 때까지 결혼은 보류할 생각이다.

혼자 원룸에 거주하는 한씨가 집으로 돌아오면 반려묘 해피가 그를 반겨준다. 그는 “해피 때문에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덜하고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 같다”며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시간과 마음의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기 때문에 결혼을 미뤄서라도 내가 원하는 일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 넉넉한 살림에 화목한 가정을 꿈꾸는 정태진(가명, 31, 남)씨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영업 사원이다. 지방에 있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서울 변두리 옥탑방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교통비와 식비만으로도 빠듯한 살림에 친구를 만나는 일도 연애를 하는 일도 없다.

정씨는 외출해서 외식을 하거나 여러 지출이 나갈 때 큰 부담을 느낀다. 그는 “사람이 좋고 싫다는 감정보다 경제적인 상황에 부담이 커서 연애는 사치라고 느껴진다”면서 “경제력이 안 되면 과감히 결혼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인생 동안 가난하게 사는 걸 원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가난이 대물림 될까봐 결혼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비혼족’이 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적인 상황이 불안해짐에 따라 혼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향후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경제상황에 내던져진 젊은이들에 대해 7포 세대, 88만원 세대 등의 신조어들도 만들어졌다. 비혼족인 이들은 안정적인 미래와 취업을 위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고 말한다. 사회구조상 청년들이 포기해야 할 것은 갈수록 늘어나 현실에서 사랑은 사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혼인 직장인 홍현진(가명, 36, 여)씨는 “여성의 경우 가사와 육아 부담이 결혼에 있어서 큰 문제”라며 “육아와 가사의 책임을 아직도 여성에게 전가하는 가부장적 분위기가 있는데 나 혼자 살기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결혼하면 더 상황이 악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자와 미혼은 차이가 있다. 미혼은 혼인상태가 아님을 뜻하지만 비혼은 혼인할 ‘의지’가 없음을 뜻하는 용어다. 비혼주의자는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7일 육아정책연구소가 ‘제2차 출산육아지원포럼’을 통해 발표한 ‘청년 미혼자의 결혼 및 출산 의향과 저출산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39세 미혼 남녀 1073명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비자발적 결혼 연기자’는 전체의 28.6%(307명)로 집계됐다. 개인 선호에 따른 ‘자발적 결혼 연기자’는 45.9%(492명),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결혼 기피자’는 25.5%(274명)였다.

또 한국은행 금융경제금융원에서 미혼남녀를 통해 조사한 ‘미혼남녀의 결혼연기 이유’는 결혼비용부담 19%, 고용불안정 18%, 집안 반대 16%, 수입이 적어서 13%, 직장·학업문제 11%, 의무·역할분담 9%, 건강문제 2%, 기타 12% 등이었다. 이처럼 각각의 이유에 의해서 결혼은 연기되고 있었다.

통계청이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연도별로 결혼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1998년에 73.5%, 2002년 69.1%, 2006년 67.7%, 2010년 64.7%로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인 2017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 통계에서도 인구 1000명당 5명이 결혼하는 통계를 보여 혼인율은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비혼족인 강윤주(가명, 40, 여)씨는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 경제적인 것, 자녀 키우는 것 등을 보면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결혼을 해서 자녀를 갖게 된다면 한 아이의 인격형성에 책임을 지는 부분이 자신 없고 또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다. 매주 선을 보러 간다거나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어느 누구를 만나게 된다 가정했을 때 ‘이 사람이다’ 하면 만나겠지만 스스로 결혼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최근 결혼 시기가 5~10년 전보다 조금씩 더 늦춰지고 있다. 비혼주의인 분들은 대체로 본인의 상황이 누군가와 어울리기에 여건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속해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혼주의자들도 뒤늦게 결혼을 마음먹고 배우자를 찾기 위해 상담에 응하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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