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브 개인 방송 채널에서 여성 실험자들이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입는 교복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불꽃페미액션의 교복입원프로젝트 유튜브 동영상캡처)
한 유튜브 개인 방송 채널에서 여성 실험자들이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입는 교복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불꽃페미액션의 교복입원프로젝트 유튜브 동영상캡처)

 

교복 따로 줄인 것도 아닌데

“너무 짧고 딱 붙어서 민망”

“너무 작아 숨쉬기도 어려워”

 

문제 많은 교복업체 광고

‘날씬함’ 강요받는 기분 들어

청원으로 교복고충 이어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복 셔츠를 따로 줄인 것도 아닌데 너무 짧고 딱 붙어서 민망할 때가 많아요.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으려 하면 옆구리가 보일까봐 불안해서 손잡이도 못 잡아요.”

박송현(18)양은 12일 본지와의 대화에서 “곧 여름인데 하복 셔츠는 동복보다 더 비치고 짧아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월 들어 중‧고등학교 입학식이 진행된 후 교복 디자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의 교복 고충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학생 인권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공통적인 호소는 여학생들의 교복이 민망할 정도로 딱 달라붙는데다, 너무 작아 숨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복을 ‘디자인’보다 ‘활동성’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개인방송 채널에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입는 교복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영상은 큰 화제를 낳았다. '작은 교복'은 현대판 코르셋으로도 묘사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교복의 비침, 신축성, 사이즈 등을 두고 성별에 따른 교복을 비교 실험한다. 여성 실험자가 여학생 교복 셔츠 뒤로 글씨를 갖다 대자 글씨가 확연히 읽힐 정도로 얇았다. 반면 남성용 교복은 여성용에 비해 두꺼운 소재를 사용해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실험자들의 키에 맞춰 각자 주어진 교복 셔츠는 한눈에 봐도 작았다. 셔츠를 착용한 실험자들은 딱 붙는 소매와 깊게 들어간 허리선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머리를 묶으려 팔을 들어 올렸지만 조금만 올려도 겨드랑이가 드러나고 옷이 올라가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8세용 아동복과 비교해봤을 때도 여학생 교복이 훨씬 작았다.

여학생들의 고충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들의 교복이 과하게 짧아 불편하다는 내용의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입학 전엔 ‘교복이 작아봤자 얼마나 작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작아도 너무 작다”며 “이렇게 불편한 옷을 입고선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교복 대신 다른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양은 “아무리 교복을 줄여 입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그 유행을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특히 교복 광고를 볼 때마다 학생들에게 날씬함을 강요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교복업체의 광고는 매년 꾸준히 지적돼왔다. 지난 2015년에는 한 교복 업체가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문구 광고로 인해 10대 여학생의 성 상품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해당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교복광고는 슬림핏(Slim Fit)을 내세우고 있다. 교복업체들은 학생들이 교복을 결정할 때 날씬함을 부각시키는 ‘디자인’부터 따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형지엘리트가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10대 학생 2946명을 대상으로 SNS를 통해 ‘내가 입고 싶은 교복’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43.6%가 교복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디자인과 핏’을 선택했다. 학생 3명 중 1명은 디자인과 핏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대표는 “대부분의 교복광고를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몸매가 드러난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며 “사춘기인 학생들이 예쁘게 보이고 싶은 의식을 교복업체가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미디어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큰 만큼,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교복의 이미지를 변화 시켜 줘야 한다”며 “교복 업체도 디자인 홍보에 치중하지 말고 교복의 기능이나 실용성을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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