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영화배우 문소리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영화배우 문소리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女 61.5% 피해 경험, 비정규직 많아

배우 문소리, 임순례 감독 등 영화인

영화계 개선에 힘쓸 것 다짐하기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미투(#me too) 운동으로 주변의 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떠올렸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을 걱정했고, 영화인으로서 저를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영화배우 문소리씨는 12일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씨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미투 운동을 계속 지켜봤다”라며 “성폭력 문제가 몇몇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 방관자나 암묵적 동조자였다는 사실을 우리 영화인 전체가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두 달간 총 7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61.5%, 남성이 17.2%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48.3%)와 20대(45.9%)가 많았다. 직종별로는 작가(65.4%), 배우(61.0%), 연출(51.7%), 제작(5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50.6%)의 피해 비율이 높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피해자가 겪은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이 28.2%로 가장 많았다.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23.4%)’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봄(20.7%)’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18.8%)’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는 남성이 71.6%로 여성(5.2%)보다 높았다. 가해자는 상급자(48.7%)가 가장 많았으며 동료(24.1%), 교수 및 강사 등 교수자(9.9%) 등도 있었다.

하지만 응답자의 53.0%는 피해를 당해도 친구·동료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공론화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돼서(34.1%)’라는 응답이 많았다.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31.0%)’ ‘대처 방법이나 도움받을 곳을 잘 몰라서(26.7%)’ ‘캐스팅이나 업무 수행에서 배제될까 봐(25.9%)’ 등의 응답도 나왔다.

대처 결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0.1%가 불만족해 했다. 특히 여성(52.6%)이 남성(37.0%)보다 더 불만족해 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그리고 비정규직인 경우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임순례 영화감독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임순례 영화감독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2

토론회에 참석한 임순례 영화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계가 저희도 깜짝 놀랄 만큼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왔고, 영화계를 소리 없이 떠나갔던 동료 영화인들과 피해자들이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계에 입문하는 예비 영화인이 이런 환경으로 영화계를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가 그 부분에 유념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순아 영화감독은 “성폭력 문제는 영화계의 문제만은 아니고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 현장에서 워낙 단기적으로 일이 벌어지니 더욱 응집돼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감독은 성폭력이 권력의 위기를 기반으로 해서 발생한다면, 성폭력만 떼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라는 대의를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도 된다는 분위기와 수직적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성폭력과 위기 폭력, 나아가 인권침해도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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