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헌법 수정안 관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투표하고 있다. 이날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출처: 뉴시스)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헌법 수정안 관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투표하고 있다. 이날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하는 개헌안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된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혁명 원로인 ‘훙얼다이(紅二代)’이기도 한 저명 작가 라오구이는 공개 성명을 내고 “마오쩌둥의 종신집권은 개인독재로 흘렀고, 중국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었다”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겨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쩌민과 후진타오도 이를 알기에 헌법의 임기 규정을 철저하게 지켰다”며 “이를 어기는 것은 역사의 퇴보로서, 시진핑은 종신집권의 길을 결코 걸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원사이기도 한 저명 물리학자 허쭤슈는 홍콩 빈과일보에 “위안스카이는 개헌을 통해 합법적으로 황제의 지위에 올랐으나, 결국 사람들의 온갖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군벌이었던 위안스카이는 1915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으나 중국 전역의 극심한 반발로 1916년 3월 황제 제도를 취소했다.

허쭤슈는 “개헌은 옳은 일을 위해서라고 하나, 더 많은 옳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더 큰 과오를 저지르기 마련”이라며 “마오쩌둥 생전에 문화대혁명을 바로잡을 사람이 없었기에, 결국 그가 죽고 나서야 바로잡을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전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리루이도 홍콩 명보에 “중국인은 개인숭배의 길로 흐르기 쉬운데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이러한 길을 가고 있다”며 “베트남도 변하고, 쿠바도 변하는데, 오직 북한과 중국만이 이러한 길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성의 간부도 시진핑을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신문에는 찬양하는 글뿐이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수석 칼럼니스트 캐리 황은 시 주석의 종신집권이 마오쩌둥 시대의 과오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캐리 황은 “무엇보다 큰 위험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한 사람의 손에 맡겨진 상황에서 그 사람이 늙고 병들게 됐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위험은 마오쩌둥의 집권 후반기에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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