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면·빵까지… ‘쌀의 변신은 무죄’
“밀가루에 물든 소비자 입맛을 바꿔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쌀이 변화하고 있다. 잘 알려진 떡이나 고추장을 넘어서 식감도 같은 빵으로까지 쌀이 변신하고 있다.

최근 ㅅ식품은 떡카페 100호점을 개장했다. ㅅ식품 관계자는 “회사가 개발한 떡 빵은 쌀을 가공해 쉬폰 케이크, 파운드, 롤까지 50여 종까지 만들어진 상태며 식감도 빵과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떡카페는 15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프랜차이즈지만 아침 식사를 대신해 찾는 분들이 늘고 있어 전국에 매장을 두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업으로 전라북도 익산시는 ㅅ식품과 쌀 협약을 맺어 2010년 쌀 830만 톤을 소모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익산시는 농촌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ㄱ식품업계의 경우 우리 쌀로 만든 고추장은 전년 대비 매출이 12.8%나 늘면서 많은 소비자가 쌀 고추장을 찾았다. 동일 업체 우리 쌀로 만든 카레도 출시하자마자 점유율이 4.7%에 달해 인기를 끌었다.

ㄴ식품의 쌀국수는 지난 10월 첫선을 보인 이후로 하루 평균 10만 개가 팔렸다. 신제품이 월평균 5000여 개가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쌀의 주된 가공식품으로 잘 알려진 막걸리 제조업계에서는 100% 국산 쌀 막걸리, 100% 친환경 무농약 막걸리 등이란 기조 아래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데에는 줄어드는 쌀 소비 해소와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이용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연간 쌀 소비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1999년 당시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96.9㎏, 10년 뒤인 지난해에는 74㎏를 나타내며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까지 쌀 재고량은 99만 5000톤에 이르러 1년 전의 68만 6000톤보다 30만 톤 늘었고 앞으로 재고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ㄹ식품 브랜드 개발 팀장은 “기업 측에서 개발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제품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업체가 나서서 쌀 소비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적극적인 정부지원과 기술 장려정책을 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시장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국내의 쌀 가공식품 시장은 약 3%로 조사됐다. 이는 일본이 14%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자료에서 쌀 가공식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됐다.

첫째는 기술, 둘째는 가격, 셋째는 소비자 인식 문제이다.

쌀은 밀가루와 달리 가공과정이 상당히 어렵다. 한국은 가공시설도 제대로 안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쌀가루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도 부족하다. 쌀 가격이 밀가루에 비해 비싼 것도 쌀 가공식품 시장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밀은 1kg당 350원 선이지만 쌀은 국내산일 경우 2000원, 수입산은 1400여 원이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가난했던 시절 정부가 나서서 밀가루 소비를 외쳐왔던 탓에 지난 20~30년 사이 국민 입맛이 바뀌어 버린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쌀을 등한시한 결과가 쌀 소비 억제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소비자 기호에 맞는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계·연구 기관 중심으로 기초분야를 연구하고 기술개발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한시적으로 쌀 가격을 인하해 쌀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군납·학교 등에 쌀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ㄷ식품 관계자는 “최근 쌀 소비가 줄어 농촌 살림의 피해는 물론 한국인에게는 쌀이 주식인데 쌀 대신 밀가루를 먹다 보니 국민 건강도 나빠졌다”며 “쌀 가공식품 개발은 ‘나라 살리기 일환’이란 생각으로 투자해 나가겠다”며 “정부와 국민이 나서 쌀 가공식품을 애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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