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젠 종교계 내에서도 피해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성범죄 의혹이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왼쪽)과 지난달 28일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지일보(뉴스천지)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젠 종교계 내에서도 피해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성범죄 의혹이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왼쪽)과 지난달 28일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쁜사람 혼자 살아 아깝다”
들키면 ‘꽃뱀이다’ 2차 피해
피해자에 사과 말로만 그쳐
혐의 일체 부인 法소송까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종교계로 번지면서 신부, 목사, 스님 등 종교지도자들의 성추문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 한모 신부가 여신도에 가한 성추행 파문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수장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전에서 신부의 성추문 의혹이 또 불거지며 천주교계를 당황스럽게 했다. 최근 주교회의는 (가칭)교회내성폭력방지특별위를 신설키로 하는 등 교단 차원의 대처에도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십 년간 목사들에 의한 성폭력·성추행이 끊이지 않았던 개신교계도 이번 종교계 미투 운동에 숨겨져 왔던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목회자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개신교계가 충격을 받았다.

경기 수원S교회 신도인 여성 A(50대)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기총 공동회장이자 이 교회 당회장인 이모(74) 목사로부터 10여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교회 소유 땅 1600여㎡를 빌려 비닐하우스 9동을 지은 뒤 꽃집을 운영하던 당시 이 목사가 수차례 희롱과 추행을 했다고 말했다. A씨가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살게 되자, 이 목사가 더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목사는 “예쁜 사람이 혼자 살아 아깝다”며 귀 뒤를 만지고 끌어안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 목사는 A씨 성추행 등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 목사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A씨 유혹에 순간적으로 넘어가 딱 두 번 만났으나 실수였다”며 “목사의 양심상 괴롭고 겁이 나 그 뒤로 딱 끊었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1974년 수원S교회를 설립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 역임 등 대외활동을 벌여왔으며,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신교 미투 폭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직 드라마 작가 이모(48)씨는 지난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사자(使者)’이니까 믿었어요. 내 결혼식 주례도 서고 아이 이름까지 지어준 분”이라면서 19년 전 일어난 성폭력 의혹을 털어놨다.

이씨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서울의 한 교회 A(60)목사였다. 1999년 9월 22일 당시 목사는 이씨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그를 차량으로 데려갔다. 차량 안에서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이씨는 이후 교회에 나가지 않았으나 가족들에 의해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됐다. A목사의 성폭력은 2001년까지 3년간 이어졌다. 그사이 이씨는 세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등 고통이 이어지자 가족들에게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알렸다. 남편과 이혼한 이씨는 15년간 외국에서 홀로 살아야만 했다.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성폭력 의혹도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JTBC ‘뉴스룸’은 이달 초 김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신도가 100명 중 6명꼴이라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김 목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이진혜씨는 방송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락교회 신도 이씨는 “(김기동) 목사님이 다리를 쫙 벌리시고 저를 의자로, 다리 사이로 끌어당기시면서 스무스하게 내려가서 배를 집중적으로 막 만지시더라. 주무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피해자 가족의 자식들까지 다 공개가 됐다. ‘꽃뱀이다’ ‘의도적으로 접근을 했다’ ‘하나님을 욕보인 저주받은 애들이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기동 목사와 성락교회 측은 성추행 의혹을 일체 부정하고 도리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피해자들과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불교계도 성폭력 의혹이 꾸준하게 불거지고 있다. ‘그시절의나는꽃이었나’라는 닉네임을 쓴 한 네티즌은 8일 익명 커뮤니티에서 ‘폐쇄된 절은 그야말로 성지였다’라는 글을 올려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불교 신자인 A씨는 4년 전 있었던 일에 대해 “미투 운동이 성하니 엄마에게 말 못했던 일을 풀어놓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 권유로 A씨는 조계종에서 유명한 한 사찰을 찾아간다.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스님은 A씨에 다가가 안마를 해달라면서 성폭행을 했다. A씨는 “강제로 입을 맞췄다. 소리를 지르려는데 소리치면 네가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될 거라고 했다. 그 협박에 아무 말도 못했다”고 당시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A씨는 “아주 큰 절 조계종에 직위도 있는 스님, 공부하기로 소문났던 절에서 있었던 일이다”며 “이게 공론화된다면 종교계 판도가 싹 뒤바뀔 일을 나는 여전히 묻고 산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무 살의 내게 이 고백을 바친다. 미안했다. 품고 산다고 힘들었지. 고생했다”는 글로 마무리했다. 조계종단은 여신도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종교계로 급속히 번지는 미투 운동에, 피해자에 대한 사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각 교단 차원에서 성추행·성폭행 등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종교계 내에서 커지고 있다. 종교계가 향후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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