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革命)은 권력이나 조직 구조의 갑작스런 변화를 의미한다. 관습이나 제도, 방식(법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급격히 세우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을 휘감는 미투(#Me Too)운동은 이제 혁명이라 할 만하다. 미투운동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향한 폭로로 촉발돼 세계 80여개국으로 번져갔다. 우리나라 밖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날 때만 해도 그저 남의 나라 일이었다. 우리나라 전반을 휘감는 가부장적, 권력형 성(性)인식으로 인해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터트려도 누구 하나 꿈쩍하지 않는 것을 오랫동안 봐왔기에 지금의 미투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놀라우면서도 반갑다. 

권력을 쥔 나쁜 남자들의 성폭력이 날마다 터져 나오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미투로 인해 성범죄자를 잡아야 할 검찰이 성범죄자로 먼저 지목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어 문화계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성범죄가 폭로됐고, 천주교 개신교 할 것 없이 성역 없는 미투는 계속되고 있다. 그중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미투는 단연 충격적이었다. 차기 대권 후보를 노린 그가 제 몸 하나 단속 못하는 말초적 인간에 불과했고, 입으로 미투를 지지한다고 밝힌 날도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소식은 배신감과 분노를 부른다.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을 강화한다고 밝힌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 여가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등에 대한 무료법률지원을 강화하고,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체계적 신변보호에 나선다.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110년 전 그날 미국의 여성노동자 1만 5000명이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 날이다. 이제 세계여성은 미투운동을 통해 ‘성평등’을 부르짖고, 가부장적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미투운동이 ‘먹힌다’는 것은 여성들이 긴 세월 꿈꾼 ‘양성평등’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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