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자세히 봤더니 - 안경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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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봤더니

안경라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갈아엎으려고 자세히 봤더니
꽃뿌리를 감싸고 있는 지렁이를 사랑한 것과
꽃잎으로 배를 채우는 달팽이를 사랑한 것과
가슴 어디쯤 진한 눈물로 말라버린 송진을 사랑한 것과

바람보다 가늘한 핏줄 다 보이는
투명한 아기 새 덮은 흙을 사랑한 것과
그대를 사랑한 것과
죽을죄 졌어도 다시 손 내미는
신을 사랑한 것밖에 없어
그냥 도로 덮어 두는 그믐밤

 

[시평]

비록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그 작은 것에 관하여 사랑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소중한 태도를 넘어 궁극적으로 만유(萬有)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며, 자신에의 사랑이기도 하다. 

화단의 꽃들이 무언가 잘못된 듯하여, 흙을 갈아엎으려 하다가 자세히 보았더니, 뿌리를 감싼 흙에 지렁이 한 마리 감싸져 있어 꾸물거리고, 꽃잎들을 갉아먹은 달팽이 한 마리, 천연덕스럽게 잎새에 붙어 있는 모습 발견하게 된다. 

그래! 저들 지렁이도, 또 달팽이도 모두 모두 살아가기 위하여 뿌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고, 또 이파리며 꽃잎들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그들의 삶이 하찮아 보이고 있지만, 그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생명이 아니겠는가. 이러함 모두를 껴안을 수 있고,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을 때, 죽을죄를 졌어도 다시 손을 내밀어주는 그 신을, 그 신의 무한함을 우리는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신의 무한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삶, 이가 바로 비록 하찮은 것이라도 애정 어린 눈으로 자세히 바라보고 또 사랑할 수 있는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는가. 만유를 사랑할 수 있는 그 마음, 궁극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 바로 모두를 다시 덮어줄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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