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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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덕 타락한 목회자 ‘적신호’
감신대 여학생 4명, 성희롱 폭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법계로 시작해 문화·예술·종교계에 이어 정치권까지 미투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개신교 내에서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성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개신교계의 인식이 바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감리교 여대생도 ‘미투’

최근 감리교신학대학교 여학생 4명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6일 2013학번 김한샘·이유리·추은지씨와 2012학번 김혜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 Too’ ‘With You’를 제목으로 성명을 올리고 감신대 내에서 들었다며 성차별 발언을 고발했다. 이들은 ‘우리가 겪은 감신 4년’이라는 미투 글을 통해서는 학내에서 들었던 성차별 발언을 나열했다.

발언 중에는 ‘그 치마 입고 채플 찬양단 서게?’ ‘오늘 치마가 너무 짧다’ ‘(단톡방에 사진 올리고) 얘 허벅지 죽인다/ 엉덩이 만지고 싶다’ ‘둘이 했네 했어’ ‘걔 튕기는 거야 좀 더 들이대봐’ ‘축제 때 디스코팡팡 설치할까? 디스코팡팡의 매력은 여자 치마지’ 등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도 보였다.

이어진 ‘With You’ 성명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이 언급됐다. 여학생들은 모 교수가 수업 때마다 성희롱을 일삼았고, 다른 교수는 본인이 가진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설명과 함께 2011년 여자화장실 몰카 사건, 2016년 S교수 성폭력 사건, 2016년 총학사건 등을 거론했다.

교회에서도 목사들이 강단 위에서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거나 혐오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다고도 했다. 여학우들은 “예비 목사를 양성하는 감신에서 이러한 관습과 폭력이 끊임없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미래 교회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가 변하면 교회 또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성도덕 타락 심각”

이들의 주장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6월 2일 서울신학대학교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가 발표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025명) 10명 중 7명꼴인 712명이 ‘목회자의 성도덕 타락이 심각하다’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이 중 133명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목회자들의 성적 부도덕의 원인 1순위로 ‘목회자 개인 성향의 문제’로 꼽았다. 2순위는 ‘목회자 가정 상황에서 온 문제’, 3순위는 ‘신학교육의 부제 문제’ 등으로 봤다. 설문조사에서 ‘기독교성윤리 강좌 필수과목 개설’에 대해서는 대다수인 968명이 동의했다. 매우 동의하는 응답자가 474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러나 국내 신학교에서는 성윤리교육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지난 2016년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신대원 중 성윤리 교육을 정규강좌로 편성해 실시하는 학교는 3곳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일부 교단에서 성윤리 예방교육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2016년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성윤리 강령’을 신설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 및 도움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의 전 교단적 확대와 사례별 매뉴얼 제작과 장기적 대안 수립도 계획했다.

◆해외 교단, 성적비행 상담창구 구비

해외 개신교 교단은 성폭력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장로교회(PCUSA)는 교단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 비행 제보와 상담 접수를 받고 있다. 성적 비행 정책과 절차 지침도 제정했다. 이 지침에는 성적 비행의 처리 절차와 예방과 교육 훈련 등도 포함됐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교단 여성위원회 산하 별도 페이지를 개설하고 자료 제공 및 비밀이 보장되는 무료 상담을 하고 있다. UMC는 성직자의 성적비행에 대해 신성한 신뢰의 배신으로 정의한다. ‘성적비행에 대한 지역교회의 정책 개발 지침서’도 제공한다.

독일개신교회(EKD)도 교단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비행 행위에 대한 제보와 상담접수를 시행해 성추행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 성범죄자 징계를 포함한 문제 처리는 성폭행 피해자 위주로 진행한다. 교회직원으로 인한 성폭력 피해자 안내서를 제공하고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처리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캐나다연합교회(UCC)는 1992년 성적학대예방 신학선언을 발표했고, 교회 및 기관에서 목회자 부임시 성적비행 지침서 숙지 확인 및 서약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매년 모든 교역자를 대상으로 3일 동안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적 학대에 대한 노회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교회,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월간지 ‘기독교세계’ 이번호를 통해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미투, 교회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소장은 “교회는 생존권을 두고 투쟁해야 하는 직장과는 달리 자발적 결사체이며 그 구성원들도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성폭력에 따른 갈등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덮어 버리거나 피해자가 교회를 떠남으로써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한 집단”이라며 교회가 성폭력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3가지 꼽았다.

먼저 목회자와 교인이라는 불평등한 의존 상태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봉건적 공동체로서의 교회는 피해자를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이단’으로 낙인찍어 교회에서 내보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독교는 여성의 희생을 이상화해 온 면이 있다”며 “이는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자신의 ‘십자가’로 여기고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갖게 했다”고 강조했다.

채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교회 내 성폭력 관련 법 제정 ▲평등 공동체 지향하는 예배·설교 ▲교회 내 성 담론 활성화 ▲목회적 돌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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