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신경제 독극물로 추정되는 물질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러시아 전직 스파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출처: 뉴시스)
영국 런던에서 신경제 독극물로 추정되는 물질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러시아 전직 스파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가 영국에서 신경가스 공격으로 의식불명에 처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스파이·부호들의 의문사 사건이 재조명 되고 있다. 

이들이 숨진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영국 내에서 러시아 당국의 지시로 일어난 사망 사건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스크리팔 부녀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10여년 전 ‘방사능 홍차’로 알려진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이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리트비넨코는 2006년 11월 런던 밀레니엄 호텔에서 고도의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01이 든 녹차를 마신 후 3주 만에 숨졌다. 그는 영국 정보기관 MI6에 러시아 조직범죄에 대해 자문을 제공해왔다.

2012년에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부호 알렉산더 펠레필리흐니가 조깅 도중 쓰러졌다. 그가 러시아 정부 연관 범죄조직의 돈세탁 사실을 폭로한 후 살해 위협을 받았고 그의 위에서 겔세뮴이란 식물의 독성 성분이 검출되면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2013년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베레조프스키는 리트비넨코의 친구로, 2000년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과정서 쫓겨나 2003년 영국 정치 망명 승인을 받았다. 이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베레조프스키 사건 당시 경찰은 타살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나 유가족은 그의 목에 흔적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져 있는 점, 머리 뒤 상처가 난 점 등을 근거로 피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모두 개입하지 않았다고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자국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망명자 관련 의문사 14건에 대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스크리팔도 러시아 군 정보기관 출신으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됐다 풀려났다가 영국으로 와서 이 같은 공격을 당해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면서 영국이 이번 사건을 ‘반 러시아’ 활동을 부채질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부패 의혹을 받는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하자는 캠페인을 이끌었던 러시아 금융인 출신 빌브라우더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배반했다고 간주하는 누구든 최고 수준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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