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살아남기 위해 피해자에서 가해자 된 소년 ‘재영’ 역 맡아 열연

영화에 대한 애정 넘쳐… “잘못된 것 잘못됐다고 강하게 말해줘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운’으로 짧게 등장한 배우 이원근은 꽃미남을 방불케 하는 외모를 뽐내며 첫 브라운관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드라마 ‘굿 와이프’ ‘저글러스’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신예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후 이원근은 영화 ‘그물’ ‘여교사’ ‘환절기’ 등 드라마와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 신선하고 강렬한 연기를 펼쳐왔다.

8일 개봉한 영화 ‘괴물들’에 출연한 이원근은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소년 ‘재영’ 역을 맡아 자신의 연기력을 마음껏 펼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순수하고 맑은 눈과 눈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이원근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괴물들’에 참여한 배우 이상의 애정을 보였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가 당연히 15세 관람가 일 줄 알고 촬영했는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서 너무 아쉬워요.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하고, 성인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볼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어른들이 나서서 손을 내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분, 두분이라도 지나가다가 불량한 학생에게 구타당하는 학생을 도와줄 용기가 생긴다면 영화를 찍은 사람으로서 행복한 보답이 아닐까 해요.”

배우 이원근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영화의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폭력이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데 그건 다 어른들의 잘못이기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줘야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방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길거리에 싸움이 나도 보고만 있거나 핸드폰으로 찍고 그냥 간다. 청소년들이 욕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지나가도 내버려 둔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잘못된 거라고 못 느낀다. 잘못된 거라고 분명히 알려줘야 하는데 방관하기 때문에 더 심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영화는 2011년 발생한 ‘제초제 음료수 살인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 이원근은 “감독님이 대본을 쓰실 때 몇번이고 수정하셨다고 하더라. 쓸 때마다 더 실제 사건이 등장해서 계속 수정했다고 들었다”며 “특이한 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결국 ‘폭력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저도 청소년기를 거쳤지만 청소년들의 탈선이 점점 심해지고 있죠. 선생님을 성추행하고, 그걸 동영상으로 찍고, 뼈가 부서지고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구타를 하잖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땐 이런 일들이 없었어요. 저는 이런 사건을 보면 너무 소름 듣고 왜 이렇게 됐을까 싶어요.”

그는 “학교나 어른들이 아이의 인생을 길게 두고 봤을 때는 잘 하는 짓인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쉬쉬하기 급급하다”며 “그게 이해가 안 간다. 누군가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강인하게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거운 문제인 만큼 캐릭터를 구축은 더욱 쉽지 않다. 이원근은 ‘재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내면의 자신을 들여다봤다. 그는 “일차적으로 내 안에 무언가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얘기나 알고 있던 감정의 상태 등을 떠올린다”며 “‘재영’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던 어느 날 대본 보는데 강아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치 보면서 다가오더라. 그 모습이 강자와 약자의 차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할 때 동영상을 찍고 모니터하는데 내 눈빛이 문제더라”며 “실제로 내가 재영이라면 강아지처럼 눈치를 볼 것 같아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렸다”고 덧붙였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온갖 신경을 쏟아 연기하는 만큼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이 따를 터. 이원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가 어지간히 힘들면 힘들다고 안 한다. 근데 정말 힘들었다. 당시 아침에 일어나서 촬영할 때마다 ‘힘들다’고 말하는 게 일과였다. 그러니까 매니저 형이 ‘힘들다고 그만하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매니저 형은 자고 잘 먹고 오더라. 저는 너무 힘들었는데 혼자 잘 지내니 약이 좀 오르더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육체적으로 힘든 건 멍들고, 담에 걸리고 하는 건 다른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고, 피곤해서 힘든 거니까 괜찮다. 이번 촬영에서 처음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느꼈다”며 “매일 감정 신을 고민해야 하고, 한 고민이 끝나면 다른 고민이 남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니 감정이 쉴 틈 없어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 이원근. (제공: 리틀빅픽처스)

“정말 빠져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모니터하면서 스스로 놀랐어요. 촬영할 때 내가 이때 이런 표정과 목소리, 행동 등을 했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양훈’한테 맞는 장면에서 제가 침이 뚝 떨어지는데 저는 하나도 못 느꼈어요.”

이처럼 힘든 영화를 피해 잘생긴 외모를 살려 조금이라도 편한 선택할 법도 한데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원근의 선택은 다양한 장르의 특이한 영화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저는 작품을 고르거나 하진 않는다. 영화를 찍었다면 그것은 캐릭터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물론 다양성 영화뿐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상업영화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유독 다양성 영화를 많이 했던 건 사람 사는 얘길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전했다.

“제가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뭔가 작품을 볼 때 우선 시 보는 건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새롭게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제가 이미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그의 나이 28세. 아이처럼 순수한 얼굴로 속내를 알 수 없는 두가지 얼굴을 가진 이원근이 앞으로 더욱 성장해 정상에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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