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2018.3.8
(고양=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2018.3.8

친일·민간학살·친군부 행적 묵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8일 오전 올해 50주년을 맞은 국가조찬기도회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인·정부관계자와 개신교계 등 5000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개신교가 ‘희년’을 맞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약자는 속박으로부터, 강자는 탐욕으로부터 해방돼 다시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었다”며 “경계와 벽을 허무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희년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희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을 다짐하는 기도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경에서 ‘희년’은 죄인과 노예, 빚진 사람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해방과 안식의 해로 해석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130여년 전 개신교가 전파돼 걸어온 역사를 언급하며 “부당한 침략과 지배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찾고 불평등과 억압으로부터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숭고한 여정이었다. 그 길에서 한국교회는 참으로 큰 힘이 됐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개신교가 대한민국근대화와 민주화의 원동력이 됐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극명하게 대립돼 각자도생했던 개신교 ‘보수-진보’의 일부만을 부각시킨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일제 당시만 해도 주류 개신교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신사참배에 동조했으며 이후 친일의 선봉에 섰다. 해방 후에는 제주 4.3사건 등 민간 학살의 배후에 있기도 했다. 이후에는 군부 세력에 기생하며 신종교들을 탄압했다. 문 대통령의 축사는 이 같은 보수 개신교의 역사적 행태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표현들이다.

앞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개신교의 신사참배와 제주 4.3사건, 신천학살 등 목회자들을 배후로 하는 민간학살사건 등을 언급했다. 교회 청년들로 구성된 서북청년단은 제주도 빨갱이라며 민간인을 학살했는데, 한 교수는 “안타까운 게 민간인 학살에서 반드시 있는 게 선별 절차가 있었는데, 그 역할을 목사님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1980년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는 참석 목회자들이 군부 세력을 찬양하는 기도를 했다. (자료출처: 기독교방송 방송화면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1980년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는 참석 목회자들이 군부 세력을 찬양하는 기도를 했다. (자료출처: 기독교방송 방송화면 캡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안이 시초가 된 국가조찬기도회는 초기에는 1966년 ‘대통령 조찬기도회’란 이름으로 불렸다. 2회 기도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하며 힘을 얻기 시작했다.

박정희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터는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진보 개신교에 맞서기 위해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을 군대식으로 훈련하고 십자군이라는 조직을 만들어냈다. 한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 십자군적인 전통을 이용했다며 “박정희가 월남에 파병을 할 때 명목이 자율십자군이다. 반공십자군, 자율십자군. 그런데 월남에서 돌아올 때 파월장병 환영식에서 이제 여러분들은 유신의 십자군이 돼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태민이 그 말을 받아서 구국십자군을 들고 나왔다는 설명이다. 구국십자군의 초대 총대는 최태민이었고, 단장을 맡은 이는 강신용 목사였다. 강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 한경직 목사 다음으로 영향을 크게 끼치는 인물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후 한기총 설립의 핵심인물이었던 정진경 목사(성결교, 한기총 2대 대표회장)는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기도를 통해 군부의 사회정화 작업을 찬양해 권력에 붙은 개신교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권력과 야합한 개신교의 그늘을 보여주는 것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이 대통령 부부가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기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내력 때문에 이번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기 전 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 대통령의 참석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개신교에서 채의숭 국가조찬기도회장 및 임원진,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공동대표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 회장 유영희 목사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박홍근·송기헌·백혜련 의원, 자유한국당 안상수·이채익·성일종·이종명·정양석 의원, 바른미래당 김동철·유승민·이혜훈·이동섭·장정숙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자리했다.

정부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청와대에서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고민정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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