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문재인 정부의 역사부정 인식은 위험하다
[천지일보 시론] 문재인 정부의 역사부정 인식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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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 3월 1일, 지난 3월 1일은 민족종교지도자 33인이 기초한 독립선언서가 울려 퍼진 지 99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그날의 함성은 다름 아닌 ‘대한독립만세’였다. 그날의 울림은 일제 식민치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넘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있게 했고, 궁극적으로는 훗날 부패한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알린 대사건이었다. 다시 말해 위력(威力)의 시대가 가고 도의(道義)의 시대 즉, 신천지(新天地)라는 종교의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알린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제 그로부터 100주년 곧 한 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3.1운동이 대한민국의 출발의 의미라면, 상해 임시정부는 바로 그 3.1운동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종은 구한말 주변 열강들로부터 자주권을 확보하고 대등한 지위를 갖고자 조선이라는 국호에서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을 선포(1897~1910)했다. 그러나 한일합방(1910)으로 인해 나라도 이름도 빼앗기고 9년이 흘러 3.1독립운동의 독립선언서를 통해 모든 사상과 이념과 세대와 지역과 성별을 통합하는 자주와 자유라는 3.1독립운동의 정신을 가져왔고, 이는 같은 해 4월 11일 상해에 임시정부가 들어서는 모티브가 됐으며, 임시정부의 정신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각 지역대표 29명에 의해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제국시대는 끝났으니, 이제는 민주공화정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에서 최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고, 국기인 태극기, 애국가 등 국가의 상징을 오늘에 물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역사적 의의는 실로 크다.

임시정부는 헌법을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했으며, 이는 오늘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과거 그 어느 대통령 때보다 그날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특히 시시비비로 얼룩져 오던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문제는 여기까지하고 멈추지 못했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즉, 현재의 문재인 정부야말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라는 주장과 함께, 그 이유는 지난해 국민들이 든 촛불과 그 촛불의 정신이 오늘의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이 논리는 참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역사를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이 주장은 한마디로 촛불을 든 국민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며 오만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억지로 부인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당시 민주당 즉,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참여한 정치인 내지 그들과 하나 된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장본인들은 지금의 야당이며, 그들의 고집이 아니었더라면 탄핵이 가능했겠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들 또한 여러 가지 사연과 이유를 들고 부패한 대통령과 정부와 나라를 개혁해 보자고 정의의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니 반대급부로 현재의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이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억지로 그렇게 연결시키려는 의도에 국민들은 우려와 함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역사라는 것은 긍정과 부정을 자기 입에 맞는 것으로 골라 쓰는 게 아니다. 긍정과 부정의 연속성으로 살아 역사하고 이어지는 것이 역사라는 말이 지닌 의미며, 역사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건국의 모태가 임시정부이고, 그 임시정부의 법통은 오늘의 문재인 정부가 비로소 이어 받았고, 그렇게 만든 것이 촛불이라는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억지로 각인시키며 팬덤으로 공유해 가는 이유가 뭘까.

과거 정권이 없었던들 오늘의 문재인 정부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고려가 부패해 역성혁명으로 조선이 섰다면, 부패한 고려는 민족의 정통성에서 사라져야 하는가. 고려가 있었기에 조선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며, 세조의 쿠데타가 불법이라 해서 세조의 정통성은 소멸되는 것이며, 중종과 인조의 반정은 지워야 하는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의 치욕의 역사, 동족상잔의 부끄러운 역사는 지워야 하는가. 역사를 부정하려는 시도야말로 가장 위험한 발상이며, 나아가 자신의 역사 또한 지워지게 하는 첩경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역사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며 써내려가는 대서사시다. 반면교사라는 말처럼, 긍정은 본받고 부정은 고치고 새롭게 하면 된다. 잘못된 역사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신(神)의 영역이라는 점을 겸손한 자세로 깨달아 돌이키는 게 나을 것이며, 적폐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다.

결과적으로 역사에 대한 부정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으며, 반드시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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