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인텔이 1218대 드론쇼의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집 비행 최다 대수로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드론쇼는 폐막식에서도 행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드론 300대를 실시간 비행으로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이 하늘로 도약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미국·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드론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인텔은 2015년 드론 100대의 군집 비행에 성공한 이후 3년 만에 그 수를 12배로 늘렸다. 중국 업체 이항은 2016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드론 택시 시제품을 선보인 지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야외에서 실고도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금년 초에 드론 택시 ‘이항184’의 자율 비행 시험

영상에서는 조종사 없이 탑승객만 태우고 300m 높이에서 시속 130㎞까지 속도를 높여 15㎞를 안전하게 비행했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드론 분야에서는 한국을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같은 ‘창조적 파괴 기술’들이 고도화할수록 드론의 사용도 늘어난다. 이제 드론은 레저용에서부터 교통·택배·건설·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앞으로 드론 활용분야는 192개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프랑스 항공업체 에어버스와 독일 이볼로는 최근 자체 개발한 드론 택시의 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일본 도요타는 인텔과 함께 드론 택시 제조업체에 1억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미국 아마존은 2년 전 영국에서 드론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본격적인 드론의 자율 택배 비행 시험을 할 계획이다. 미국 집라인은 UPS와 함께 아프리카 르완다와 탄자니아에서 혈액과 의약품 드론 택배 사업을 하고 있다.

농업에서도 드론의 활용이 늘고 있다. 중국 DJI는 2015년에 파종과 농약 살포가 가능한 드론을 출시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드론과 로봇 트랙터만으로 보리농사를 짓는 데 성공했다. 시장분석기관 유로컨설트는 농·임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드론 대수가 연평균 38.5%씩 성장해 2025년에 전체 드론 활용 산업 시장에서 6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전 세계 드론 시장은 2016년 29억 달러에서 연평균 18%씩 성장해 2030년 29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항공측량·안전진단·해양관리·재난구호 등 산업 및 공공 부문의 드론 활용도가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의 드론 산업은 초라하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등록된 1200개 업체 중에서 수익을 낸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매출 10억원 미만의 중소업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은 드론과 자율차 등 무인이동체 분야 세계 시장에서 불과 2.7%의 점유율만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우리의 레저용 드론 수요도 중국산이 채우고 있다. 중국 DJI는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 드론은 왜 날지 못 했나? 업계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두 번째로 드론 택시 기술을 한국이 개발했지만 한국은 각종규제로 상용화를 못하고 있다. 드론 군집 비행 기술은 우리나라도 2013년 개발했으며 드론 택시로 전용 가능한 수직이착륙 무인기도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했다. 그러나 모두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국은 드론 규제가 없고 사고가 나면 그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라 기업들이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포지티브 규제’라서 드론 기술을 개발해도 규제에 막히고 투자도 부족해 상업화에서는 글로벌 기업보다 낙후된 것이다. 한국에선 비행 허가는 국토부, 촬영 허가는 국방부 승인 받아야 하지만 중국은 휴대폰 앱으로 승인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도 150m 이하의 ‘드론 하이웨이(전용도로)’ 건설에 나서는 등 드론 산업을 육성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16만명이라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혁파와 지원으로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기업도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드론 신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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