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무비서 “4차례 당해” 폭로

안희정, 사과 후 도지사직사임

미투 지지 발언 당일 당사자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안희정 전(前)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의혹이 폭로되던 당일 성추행·성폭력 고발캠페인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 전 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분께 용서를 구한다. 저로 인해 고통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씨는 지난 5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가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와 9월 스위스 출장 당시, 지난달 25일 등 4차례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난달 미투 운동이 한참 사회적인 이슈가 된 시점에서 김씨에게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이 말한 2월 25일 당일에도 성폭행이 이뤄졌고 김씨는 ‘이제 지사한테 벗어날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에 이를 폭로하게 됐다.

김씨는 “당시 저는 늘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에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고, 거절할 수 없는 위치였다”며 “SOS를 치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 챈 선배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거절하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신과에서 전화로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의 비서실은 성폭력 사실을 부정하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주장을 냈다. 하지만 안 전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등 파장이 일자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공교롭게도 안 전 지사는 성추행·성폭력 고발캠페인인 미투 운동을 장려한 당일 미투 폭로의 당사자가 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도청 문예회관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말했다.

또 안 전 지사는 “지난 3년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로써 인권도정이 계속해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희정’을 주제로 한 게시물이 100여건으로 늘었고, 일시적으로 충남도청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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