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국제 질서의 수호자 역할에 나서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중국 헌법의 연임 제한을 폐기하고 영구 집권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뉴시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을 주장하면서 유럽연합(EU)의 근간을 이루는 다자 동맹과 무역을 경시해왔고, 유럽 관료와 기업가들은 미국 대신 중국이 현재 국제 시스템을 보호해주기를 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그동안 미국이 맡아 온 외교 정책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자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만이라도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세계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WEF)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를 정면 비판하고 개방을 통해 자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에 대한 희망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은 군사적 공격 성향을 키우는 동시에 유럽, 특히 독일 같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을 표적으로 전략적인 해외 투자를 펼치고 있어 유럽연합(EU)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시 주석의 영구 집권 추구로 EU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오빌 셸은 “우리는 변곡점에 있다”며 “서구는 세계 속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시도를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달 한 연설을 통해 “중국은 세계에 자신들의 도장을 찍으려고 한다. 인권과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우리의 국제 시스템이 아닌 중국식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앙겔라 스탄젤은 중국이 유럽에 ‘분열 지배’를 시도할 수 있다며 시 주석이 영구 집권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새로운 대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대학 21세기 중국 연구소의 수잔 셔크는 중국의 레닌주의(소수 엘리트의 지배)화가 글로벌 통치 체계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며, 시 주석이 현 질서 안에서 야심을 채우도록 세계가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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