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조지 펠 호주 추기경이 지난해 7월 26일 멜버른 법원에 처음으로 출석하기 위해 경찰에 둘러싸인채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07.26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조지 펠 호주 추기경이 지난해 7월 26일 멜버른 법원에 처음으로 출석하기 위해 경찰에 둘러싸인채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07.26

“성범죄 무죄 주장” 혐의 부인
경찰 측 “피해 고소인이 다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조지 펠 호주 추기경이 아동성범죄 혐의로 호주 법정에 출석했다. 펠 추기경은 교황청 재무원장으로 가톨릭교회 서열 3위인 최고위급인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6월 아동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펠 추기경이 본격적인 재판을 위해 호주 법원에 출석한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일 호주 멜버른 치안법원에 출석한 펠 추기경은 앞으로 4주 동안 재판 전 심리를 받게 된다. 그는 아동성범죄 혐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부인하고 있다. 펠 추기경의 변호사인 로버트 리히터는 “고령의 추기경은 공식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 경찰은 지난해 6월 펠 추기경을 기소했다. 셰인 패튼 빅토리아주 경찰청 차장은 “경찰은 조지 펠 추기경을 역사적인 성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고소인이 다수”라고 밝힌 뒤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펠 추기경은 당시 교황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얘기를 끝냈고, 가능한 한 빨리 호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번 일은 가치 없는 인신공격이다. 나는 성범죄를 혐오한다. 나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고, 법적 절차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교황이 교황청 개혁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구성한 추기경 8인 위원회에 속한 인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펠 추기경을 법정에 세운 데는 2013년 호주 연방정부가 신설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역할이 크다. 특조위는 호주 전역에서 벌어졌던 가톨릭교회 아동성범죄를 조사 중이다. 특조위가 지난 2016년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조사한 결과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어린 시절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신고한 이가 4444명에 달해 충격을 줬다.

호주와 프랑스, 독일 남미,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가톨릭 사역자들의 아동성범죄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교황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황은 2013년 취임 후 “사제들의 성범죄는 끔찍한 신성 모독”이라고 비판하며 ‘성범죄 무관용 정책’을 펼쳐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펠 추기경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의 범죄 혐의가 사실로 판결이 날 경우 교황과 가톨릭교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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