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개밥바라기> 이후 2년 만에 <강남몽>으로 돌아온 황석영 작가의 이마에는 여전히 시대적 과오를 비틀어 펼쳐 놓은 것 같은 주름이 드리워져 있다.

언젠가 한번 기회가 닿는다면 ‘강남형성사’에 대해 쓰고 싶다고 말해온 황 작가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를 모티브로 한국자본주의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동시에 강남개발사를 통해 특수한 한국식 자본주의의 형성과정과 그 속에 깃든 피폐함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상당히 입체적이다. 1990년대 백화점 붕괴에서 시작, 3.1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 군사정권 시대까지 아우른 뒤, 다시 1990년대 중반으로 되돌아온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각 장의 주인공이 겪은 일을 풀어 놓는 형식으로 흘러간다. 호스티스로 인기를 끌다가 백화점을 갖고 있는 김진 회장의 후처로 들어간 박선녀, 일본 헌병대 밀정과 미 정보국 요원으로 일하다 기업가로 성공한 김진 회장, 부동산 투기로 한몫 단단히 챙긴 심남수, 피비린내 나는 조직 폭력배 영역다툼의 선두에 선 홍양태, 생활은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백화점 점원 임정아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관계되는 주요 인물들은 우리가 아는 인물들이다. 실명을 약간 뒤틀어 놓았지만,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아울러 김구, 여운형, 박헌영, 박정희 등 역사의 궤적에 이름을 새기고 지나간 인물들도 등장한다.

소설 속 백화점은 강남이 창조한 꿈(강남몽)이자, 한탕주의를 신봉하는 사제들의 신전이며, 포크레인과 자본에 짓밟힌 노동자와 서민들의 생생한 아픔이다. 무너지는 백화점을 보며 그들은 저마다의 생애를 되돌아본다.

소설은 결국 인간의 탐욕을 꼬집는다. 소설은 욕망에 사로잡힌 세속의 비참함은 또다시 진화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 작가는 이때야말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차례로 무너진 1990년대 중반 무렵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이야 그 때보다 많이 성장을 했다지만 아직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의 뿌리는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생긴 구멍은 한번쯤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대로 계속 가면 문제가 생기니까요.”

황석영 지음 /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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