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한국 대표 서정시인 김윤식 유치환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를 통해 삶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인들은 1930~40년을 연결하는 대표적 시인들이다. 이상이나 정지용 김기림 서정주를 택하지 않은 것은 위의 세 시인이 각기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의 속성을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우주의 근본적인 성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일찍이 이율곡은 “주역에 태극이 있다는 태극은 물의 근원이요. 내 마음의 한 태극은 물이 우물에 있는 것이요. 사물의 태극은 물이 그릇에 나누어져 있는 것”이라고 하며 사물의 본성을 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윤식의 초기시는 팽창된물의 이미지로 집약되며, 이는 울음으로 충만한 삶 속에 내재된 슬픔의 지속을 의미한다. 그의 시에서 영원히 흘러가는 대상인 강물은 현실적 억압을 초월한 근원적인 생명의식을 깊이 투영하고 있다. 동시에 물은 시인의 내면을 통찰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 주는 매개체이다. 저자는 각 시기에 따른 김윤식의 시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를 ‘팽창된 물과 찬란한 슬픔’ ‘황홀한 물과 유미적 초월’ ‘수축된 물과 허무의식’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유치환의 시에서 물의 이미지는 삶의 무상함과 영원함의 순환으로 인식된다. 시인이 물을 통해 얻고자 했던 사랑은 그가 선택한 휴머니즘의 궁극적인 종착점이기도 했다. 윤동주의 경우, 물을 자기성숙의 과정을 해명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아울러 윤동주의 시에 나타나는 침전하는 물의 이미지는 자의식의 부단한 자기성숙을 담고 있다.

책은 세 시인 외에도 황진이와 연산군의 시 속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도 살피고 있다. 저자의 30여년에 걸친 일관된 연구 주제를 통해 우주를 통과하는 풍부한 물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최동호 지음 / 서정시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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