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 즐겨찾기 101 & 권영호의 카메라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듯한 사진 한 장을 마음속에 가만히 갈무리 해 본다. 그 황홀한 기운이 이내 몸에서 노을처럼 번져나간다. 반가운 기별이다. 흠 잡을 데 없는 순간의 순수함은 우리 안에 붙잡아 놓은 우울마저 씻겨준다.

누군가는 풍경 속에 자연의 생생함을 담고, 다른 누군가는 인물 속에 생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그래서 그들의 사진은 작은 새의 울음소리에도 답하는 우주의 자애로움을 닮았다.

소개할 책은 두 권이다. 풍경사진 출사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는 <풍경사진 즐겨찾기 101>과 감성적인 사진과 에세이를 담은 <권영호의 카메라>.

<풍경사진 즐겨찾기 101>의 저자는 “프로사진가가 보면 단박에 엉터리라고 던져버릴 책을 냈다”며 너스레를 떤다. 저자의 말과는 달리 결과물은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탄성이 터져 나오는 천연색 자연 풍광부터 다양한 빛의 옷으로 갈아입는 도도한 도심의 야경을 선명한 색감으로 찍었다.

책은 저자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구한 정보를 토대로 정리한 출사지 답사 보고서다. 직접 출사지를 찾은 저자의 노고가 책 깊숙이 배어있다.

저자는 출사지에서 초보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나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등에 대한 조언도 수록해 놓았다. 쉽고 빠르게 출사지를 선별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나눠놨으며 각 출사지마다 그 곳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를 ‘촬영 시기’로 정해 도움을 준다.

각 장소에 대한 촬영 팁도 유용하다. 가령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소문난 청주의 골목마을 수암골을 촬영할 때엔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사진 찍으러 왔다고 짧게 인사드리면 흔쾌히 반겨준다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 출사지까지 가는 교통편 정리도 참고하기 좋다.

포토그래퍼 권영호 작가의 책은 사진을 실은 감성 에세이로 대하면 좋을 듯하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담았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특별한 분위기를 창조한다. 그는 사진을 멋있게 찍기보다는 피사체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교감을 갈구한다. 동시에 남들 눈에 평범해 보이는 사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해석한다.

장저우(중국 푸젠성 남부의 상업도시)에서 찍은 유난히 까만 짧은 커트머리의 소녀의 눈빛에서 작가는 무료함을 느낀다. 공연의 지루함에 젖어 있던 소녀는 작가의 카메라를 불안하게 응시하다가 손을 흔들어 주는 작가를 보고 이내 활짝 웃는다.

‘몇 살일까, 어디서 왔을까….’

작가는 소녀를 카메라에 담으며 자유로운 상상을 펼친다. 찰나의 추억은 또 다른 행복을 몰고 온다. 이제 장저우는 작가와 우리가 수줍은 소녀를 만난 도시가 됐다.

작가는 카메라가 ‘마음’이라고 한다. 의도에 따라 공격적으로 담을 수도 있고, 따듯하게 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만약 사진을 찍고 싶어질 때는 먼저 내 마음으로 피사체를 찍은 다음에 카메라로 기록한 뒤 사진으로 그 마음을 꺼내 보면 된다고 한다.

세상만이 아니라, 세상에 풀어놓은 마음을 보게 해주는 게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가는 나직한 음성으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카메라는 어떤 마음을 담고 있나요?”

 

풍경사진 즐겨찾기 101 - 곽병욱 지음 / 토파즈 펴냄
권영호의 카메라 - 권영호 지음 / 앨리스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