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이주여성이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한국인 남편의 소행이었다. 이 여성의 출신지인 베트남과 친정 식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국제결혼 문제를 소홀히 다루거나 방관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주여성을 살해한 남편은 결혼 전부터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애초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여성은 정신적인 문제가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개연성이 크다. 만약 알았다면 결혼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신상을 상세히 알려주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는 없었다.

이번 사건 이후 국제결혼에도 제도적인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는 ‘현지인 여성을 상품화하는 방식의 결혼 중개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매와 함께 돈이 오가는 결혼 방식은 해외에서 인신매매를 연상시킬 수 있다. 지난 3월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금지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제결혼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법무부도 대책을 내놨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 희망자는 출국 전 의무 소양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사전 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외국인 배우자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배우자 출신의 문화와 결혼제도 배우자의 비자발급에 필요한 사항 등이다.

물론 법의 손길로 모든 것을 강제할 순 없다. 결혼이 개인의 자유와 양심에 따르는 것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정신병력이 있거나 가난하기 때문에 국제결혼은 안 된다는 논리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혼의 자유와 결혼으로 인한 사고 방지 사이에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불량 알선업체를 꾸준히 색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