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부 지원, 어떤 조건이냐가 관건”

“경영의 투명성 전제조건 돼야”

GM의 한국시장 포지션 파악 중요

지방선거 표심용으로 이용 경계

[천지일보=박수란, 정다준 기자] 한국GM 사태를 둘러싸고 정부와 GM본사와의 복잡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정부는 한국GM의 부실경영 책임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GM본사와 실사 진행을 합의했으며 현재 산업은행이 본사 측과 실사 내용과 범위를 논의 중이다. 정부는 향후 실사 결과와 함께 GM측이 제시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해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100% GM이 이기는 싸움” “당장 정부가 지원을 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회의적인 입장이 나오기도 한다.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달려있어 ‘정부가 지원한다 안 한다’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어떤 조건으로 지원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GM사태의 남은 과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라며 “GM본사는 한국에 ‘철수를 받아들이든지’ ‘한국GM을 살리든지’ 아니면 ‘철수를 일시적으로 미루든지’ 등의 세가지 카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M은 원인을 따져보려는 한국 정부에 원인을 따져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선택을 하든지 말든지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같다”며 “폭탄을 받은 정부는 미국 GM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원이 불가하다면 GM은 창원공장 폐쇄카드도 꺼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의 한국 운영방안, 경영의 투명성, 부품거래에 대한 공정성 등이 보장돼야 하고 이런 전제 조건이 없다면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며 “산업은행을 2대 주주로 인정하고 충분한 경영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GM이 동반자의 역할을 해준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경영전략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특별 결의 거부권(비토권)이 만료된 상황이다.

또 GM이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떠한 비즈니스 전략을 갖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GM사태에 정통한 관계자는 “GM이 구조개편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대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정부가 GM의 글로벌 전략 안에 한국 시장의 포지션이 어떤 것인가를 분석·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GM은 6월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가 ‘지원이 어렵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때문에 정부도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고 여론에 떠밀려 가면 안 된다. 정부가 신중을 기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GM사태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호근 교수는 “양면성이 있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 표심이 떠나 막대한 표를 잃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막상 시민들과 이야기해 보니 합리적이지 않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정부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도 이를 감지하고 군산공장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계획을 세웠지 않나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조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GM은 신차모델을 배정해야 하고 노조 측도 인건비 및 비용절감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요구한 비용절감 논의를 정부의 한국GM 실사 완료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노사 협상이 결렬됐는데 한쪽의 잘못만이 아니라 실제 노조문제, 산업은행의 무책임, GM의 방만경영 등이 맞물리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때문에 GM의 경영실태를 보고 노사 간 합의를 보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로 양보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형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여성부장은 “경영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노조에서도 양보나 협조를 할 수 있다”며 “지금 알려진 상황으로는 GM본사가 불합리한 경영으로 한국GM에 적자를 떠안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GM이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약 2400명이 퇴직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한국GM은 2300~2400명의 희망퇴직으로 연간 인건비와 부대비용 3500억~4천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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