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17일 앞둔 1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겸한 마지막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생중계 방송으로 2시간 진행됐다. (출처: 뉴시스)
대통령선거를 17일 앞둔 1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겸한 마지막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생중계 방송으로 2시간 진행됐다. (출처: 뉴시스) 

ICBM·핵탄두 탑재 수중 드론도

신무기 신빙성에는 의견 분분

선거 앞두고 과시형·美 견제

“北·이란 이어 신 핵시대 진입”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핵 추진 순항미사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슈퍼 무기’를 공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신형 핵무기 계획과 자랑 등은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도를 높이며 다시 냉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중 대형 스크린에 신형 무기의 외양과 비행·타격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컴퓨터 그래픽, 사진 등을 띄우며 첨단 무기들의 위용을 과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형무기의 탄생이라며 핵추진 순항 미사일을 소개하고 여러 나라가 개발에 집중하는 마하 5 (시속 6120km)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 체계를 지난해 12월 남부 군관구에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밝힌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영상. (출처: 뉴시스)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밝힌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영상. (출처: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이 핵추진 미사일에 대해 “모든 방공 및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이 ‘운석이나 불덩이처럼 표적을 향할 수 있는’ 신형 ICBM이라고 한 RS-26 아방가르드에도 눈길이 쏠렸다. 루베즈로도 불리는 이 미사일은 RS-24 야르스를 기초로 한 3단 고체연료로 추진된다. 2011년 첫 시험발사에는 실패했으나, 이듬해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개발과 개량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방가르드 미사일 컴퓨터 그래픽 영상. (출처: 뉴시스)
아방가르드 미사일 컴퓨터 그래픽 영상. (출처: 뉴시스)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남부 지역에 배치된 신형 미사일 ‘킨잘’도 큰 위협으로 간주된다. 킨잘은 발사 후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수분 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다.

킨잘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 (출처: 뉴시스)
킨잘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 (출처: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핵 추진 대륙간 수중 드론도 선보였다. 그는 무인 수중 드론이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고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최신 어뢰보다 빠른 속도로 사실상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해 항공모함이나 해안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영상으로 공개한 핵추진 대륙간 수중드론. (출처: 뉴시스)
러시아가 영상으로 공개한 핵추진 대륙간 수중드론. (출처: 뉴시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신뢰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글로벌 안보단체 플러셰어스 펀드의 조 시린시온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밝힌 것 중)어떤 것이라도 작동은 하냐. 아니면 존재는 하냐”며 “모두 개발 단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소개한 전략 무기들에는 이전에 이미 공개된 것들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신무기들이 섞여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이례적으로 서방세계를 자극하는 연설에 나선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날 푸틴은 “신형 무기 개발로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MD가 무용지물이 됐고 러시아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서방의 노력에 효율적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오는 1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 과시형 선거유세인 동시에 미국 등 나토 동맹국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발표에 따른 도발적 분위기가 지구촌 전체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확전과 도발의 길을 선택했다.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이날 국정연설을 요약했다.

FT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다가서고 있고 이란 핵 합의가 와해될 잠재적 가능성까지 더해져 반핵 운동가들은 세계가 위험한 신 핵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도 “무기감축 의무를 직접 위반한 행위”라며 즉각 공개 비판에 나섰다.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다시 냉전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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