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철강 및 알루미늄 기업 최고경영진들과 만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음주 중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철강 및 알루미늄 기업 최고경영진들과 만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음주 중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주요 표적국인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등 미국의 우방국까지도 즉각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결정에 주요국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관세 폭탄이 언제든 터질 것이라고는 모두가 예상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관세율이 당초 미 상무부가 권고안에서 제시한 24%보다도 1%p 높은 25%에 달한 데다가 일괄 적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동맹국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 정면 대응을 선포한 상황이다.

CNN머니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처가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을 불러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보도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의 선임 연구원인 필 레비는 “미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해당 국가들이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타깃인 중국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1일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유럽 각국도 대치 대열에 합류했다. 유럽연합(EU)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면서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강조했다.

영국도 정부 대변인을 통해 “영국 철강, 알루미늄 업계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에 특히 우려를 표한다. 다각적 조치만이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며 대응을 시사했고 독일은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가 WTO 규정을 위반했고, 자국 철강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어떠한 무역 규제도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만일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제한을 가한다면 캐나다는 무역 수익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일본도 2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은 미국 국가 안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어떤 국가들이 타깃이 됐는지 트럼프 행정부에 확인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을 시작으로 각국이 관세를 물고 물리는 무역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갈등이 가장 첨예할 것으로 전망된다.

CNBC뉴스는 1일(현지시간) 중국의 주요 보복 시나리오로 주요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맞불, 미국산 대두와 수수 등 농산물 수입 규모 대폭 축소, 세계 1위 규모인 미 국채 보유량 축소, 위안화 평가 절하 등을 꼽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중국은 이번 조처를 기화로 미국을 보호주의자로 낙인을 찍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또한 스스로를 ‘윈-윈 세계화’의 희생자 및 수호자로 부각시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케네디는 이어 “중국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보복 대상을) 선정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당장 미 뉴욕 증시가 직격탄을 맞아 밤사이 급락했으며, 곧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도 쓰나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를 빌미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주요국들이 일제히 관세를 높이는 등 ‘도미노 효과’로 무역질서를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가격이 조금 비싸지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진짜 위험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미국이 구축한 국제 무역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1983년 이후 사용되지 않았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며 “이번 관세는 모든 나라들이 미국을 따라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산업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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