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2층 기자실에서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2층 기자실에서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한은 금리인상 압박요인 계속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 잠재
긴축효과로 경기회복 찬물 부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달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유력해졌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 예정인데, 연준은 현재 연 1.25∼1.50%인 정책금리를 1.50∼1.75%로 올릴 것이 기정사실이다. 이렇게 된다면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을 역전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우려는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에 금리 인상 압박요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국내 경기여건이 받쳐주는 것이다. 지난달 금리 동결 요인 중 하나가 미진한 경기 회복세였다. 수출은 계속해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내수 부진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통상 한미 금리 역전 때 가장 큰 우려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다. 선진국보다 투자 안정성은 낮은데 수익률인 금리도 낮아지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한국에서 자금을 빼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리 차가 외국인 투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 그 외에도 국가 신용등급이나 기업 실적, 장기 경제 전망도 영향을 미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는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수준이고 경상 수지도 상당폭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 외국인 채권 자금 주체 중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 자금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문제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는 점에 있다. 국내 금리 인상 기반이 조성되지도 않았는데 외부 여건 때문에 등 떠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견고한 경제 성장세, 물가 상승률 확대에 힘입어 올해 정책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국내 경기 상황은 그렇지 못해 인상이 1~2차례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고 장기간 내외 금리 차를 방치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내외 금리 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한미 금리가 장기간 역전될 경우 금융시장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평상시에는 별 영향이 없다가도 내외 금리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국내 시중금리가 덩달아 올라 긴축효과가 날 수 있다. 이는 국내 경제 회복의 불씨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깊은 고심에 빠지게 하는 가운데 한은의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올해 중반은 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 임기가 이달까지고 교체된 직후인 4월이나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금리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있어 7월 금리 결정 때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해 한은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며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재차 내놨다.

한편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 주요 기관투자가의 해외 외화증권 투자 잔액(시가 기준)은 2414억 달러로 연중 676억 달러 증가했다. 자산운용사(+447억 달러)와 보험사(+140억 달러)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종목별로는 외국 채권(+386억 달러) 및 외국 주식(+256억 달러) 모두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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