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전라남도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박진우 사무국장이 기자에게 나주학생독립운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지난 27일 전라남도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박진우 사무국장이 기자에게 나주학생독립운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김철 선생, 나주의 3.1절 대표 독립운동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단은 나주역서 시작”
“한국·일본, 가까운 나라 되려면 상처 치유가 우선”
나를 닮은 독립운동가 찾기 등 삼일절 프로그램 준비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나주학생독립운동은 식민지 교육문제, 통치문제, 민족독립 등 총체적 민족 운동이었습니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주인인 학생들이 이런 역사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흔히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3대 항일운동으로 3·1운동, 광주학생운동, 그리고 6·10 만세운동을 꼽는다. 특히 올해는 삼일절(1919.3.1) 100주년을 한해 앞둔 해이다. 동시에 광주학생독립운동도 90주년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정부기념행사로 치러질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자는 지난 27일 삼일절을 맞아 ‘독립운동’의 의의를 되새기고,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배우면서 ‘나를 닮은 독립운동가 인형 만들기’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 삼일절 기념행사 및 체험도 할 수 있는 곳,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았다.

전남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나주는 물론 인근 광주광역시 초·중·고 및 대학교에서 독립 역사 교육과 애국심 고취에도 앞장서고 있는 박진우 나주학생독립운동관 사무국장을 만나 나주학생독립운동과 의의, 나주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삼일절 행사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은 어떤 곳인지

이곳은 일제강점기(1910년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의 3대 독립운동 중 하나인 학생독립운동의 계기가 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인 ‘옛 나주역’으로 당시의 역사를 생생하게 일깨우고자 2008년 7월 25일 개관했다. 독립운동은 일제강점기 내내 있었는데 우리 기념관은 그 중에서도 1929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학생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발단이 이곳 나주인가

맞다. 일제강점기 당시 나주에는 지금의 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 소학교) 수준의 학교만 있어서 지금의 중·고등학교 수준의 학교를 다니려면 기차를 이용해 인근 도시인 광주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나주역에 도착했는데 개찰구를 나오면서 일본인 남학생이 한국인 여학생을 괴롭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을 본 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그 싸움은 다음 날 통학 기차에서 더 큰 싸움으로 번졌고, 그 사실이 광주고보(현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11월 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독립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1930년 3월까지 194개교 5만 4000여명(당시 학생 수의 절반)의 학생이 참여했고 중국과 일본 등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이 사건 외 나주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했나

나주학생들은 단지 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 역할만 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광주로 통학하던 나주학생들은 10월 30일 발생한 나주역 사건에 이어 11월 3일의 1차 시위와 11월 12일의 2차 시위, 다음 해 1월 8일 광주고보와 광주여고보의 백지동맹 등에 앞장섰다. 또한 신간회 나주지회와 나주청년동맹에서 항일운동을 주도하던 박공근 등은 11월 27일 농업보습학교 학생들과 나주공립보통학교 5,6학년 학생 25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성공시킴으로써 학생독립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한 장본인이다.

-당시 나주 상황은

나주평야와 호남평야는 곡창지대로 일본인 지주와 농업회사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다. 1920년대 일본은 우리나라의 쌀 생산을 늘려 대량의 쌀을 헐값으로 일본에 실어갔는데 일본은 쌀과 여러 자원을 쉽게 가져가기 위해 철도와 도로를 개통했다. 일제가 일본으로 식량을 가져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심한 식량난에 고통을 받았다. 호남지방에서 거둬들인 식량은 군산, 목포 등에 모아 일본으로 실어갔다. 이곳 나주에서도 일본은 영산포에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출장소를 세워 나주평야를 강제로 빼앗았으며 일본인들의 이민을 적극 유도해서 많은 일본인들이 영산포에 정착하게 했다. 그만큼 나주는 일제가 ‘빼앗고 싶어 하는 땅’이었다.

-학생독립운동의 의의는

독립운동 규모 면에서 3․1운동 이후 가장 크게 전국으로 확산된 대중운동이다. 학내문제에 그치지 않고 식민지 교육문제, 식민지통치문제, 민족독립 등을 제기한 총체적 민족운동이었다. 또한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후 1930년대의 노동·농민운동 등 사회운동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학생독립운동이 1920년대와 30년대의 중요한 가교역할을 수행했다고 본다.

-3.1절과 관련된 인물은

나주에도 수많은 3.1절 독립 운동가가 있었고, 현재 생존자는 없지만 독립유공자가 93여명이 계신다. 그 중 대표적으로 삼일운동과 관련해 소개해 드릴 분은 김철(김복현1890.10.7 ~ 1969.6.22, 애족장) 선생님이다. 그는 나주출신으로 1919년 3월 초 서울에서 독립만세시위의 실황을 참관한 후에 독립만세시위를 전개할 것을 결심하고 독립선언문, 동포에 고하는 격문, 독립가 등을 입수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1919년 3월 6일 광주군 효촌면 양림리에 있는 남궁혁의 집에서 동지인 김 강·최병준·송흥진 등과 같이 광주 시민의 독립만세시위 계획을 협의해 독립선언문·격문·태극기 등을 인쇄하고 시민 학생들을 동원해 책임을 분담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후 3월 10일 광주장터에서 시민과 학생 1000여명의 군중을 규합해 대대적인 독립만세시위를 일으켜 선두에서 활동하다가 체포됐다. 이후 4월 1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소위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을 받아 공소했으나 9월 15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되어 옥고를 치렀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1986년 대통령표창)을 추서했다.

지난해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삼일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지난해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삼일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됐나

대표적으로 ‘나를 닮은 독립운동가 찾기’ 체험을 준비했다. 성격테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독립운동가 유형을 닮았는지를 알아보고, 해당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살핌으로써 독립운동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또 관련 교육영상 상영, 서대문형무소 수감 독립운동가 패널전시 등이 함께 진행된다. ‘독립운동가 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체험도 함께 진행한다. 이 외에도 옛 교복 입고 사진찍기, 태극기 그리기,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무엇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그 아픈 역사가 또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은가. 수많은 독립운동가에 의해 어렵게 되찾은 나라를 더 아끼고 더 사랑했으면 한다. 또 한가지 한국과 일본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과 일본의 과거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제되고 과거의 아픈 기억과 상처가 진정으로 치유돼야 한국과 일본이 진정으로 가까운 나라가 될 것이다.

지난해 3월 1일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삼일절 행사가 개최된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한 가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지난해 3월 1일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삼일절 행사가 개최된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한 가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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