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연합뉴스) 일본 검찰로부터 윤동주(1917∼1945)의 판결문 공개를 이끌어낸 일본 시민단체는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 위원회'(이하 건립위원회)다.

운동을 시작한 것은 건립위원회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62.여) 사무국장이었다.

교토(京都)에 사는 평범한 주부인 곤타니씨는 2001년 8월 한국 시를 읽는 모임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윤동주가 1943년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교토의 우지강(宇治川)에 있는 아마가세쓰리바시(天ケ瀨吊り橋)에서 도시샤(同志社) 대학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을 본 것을 계기로 운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몇 번이나 본 광경을 윤동주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봤겠구나라고 생각하자 묘한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이후 윤동주가 교토에 도착한 5월이 되면 매년 아마가세쓰리바시에 가서 강물에 꽃을 던지기 시작했고, 차츰 우지에 기념비를 세우려는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2005년 건립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건립위원회는 2007년 10월 우지시에 기념비 건립 신청을 했다. 당시만 해도 우지시 담당 과장은 "반드시 아마가세쓰리바시 주변이 아니라면 우지강 주변에서 기념비를 세울만한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시측의 답변은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시민단체는 이후 모금 활동을 벌여 550만엔을 모았고, 2008년 가로 120cm, 세로 175cm, 폭 80cm의 기념비를 만들었다. 기념비에는 윤 시인이 1941년 모교 연희전문대학교의 학우회지 '문우'에 발표한 시(詩) '새로운 길'을 시인의 자필을 본떠 새겨 넣었다.

2008년 4월에는 교토부(京都府)에 비석을 세울 수 있는 2㎡ 정도의 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단체가 비석을 세울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생각하는 곳은 우지강 안의 도노시마(塔の島)이다. 경주와 비슷하게 유적이 많은 관광지로 유명한 교토에서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노시마에 윤동주의 기념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성사되면 이 기념비는 일본 내에서는 대학 캠퍼스 밖에 설치되는 첫 번째 윤 시인의 기념비가 된다. 현재 일본에는 도시샤대학과 교토조형대학 등 일부 대학 캠퍼스에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공원 내 기념비 설치 여부를 승인할 권한을 가진 교토부는 "사진 1장으로는 우지에 기념비를 세울 근거가 부족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건립위원회는 시민 1만여명으로부터 기념비 건립 서명을 받는 한편, 윤동주가 교토에 남긴 흔적을 찾고자 올들어 검찰에 재판기록 공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전문 복사.공개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안자이 이쿠로 대표는 "1980년대에 이어 이번에 판결문이 다시 공개된 것은 그다지 큰 성과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윤동주 기념비를 설립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5일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한 곤타니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윤동주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을 힘있게 벌여 반드시 우지에 기념비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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