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연합뉴스) '서시'의 시인 윤동주의 기념비를 교토(京都)에 세우려는 일본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일본 검찰이 1944년에 작성된 윤동주의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은 처음 공개된 건 아니지만 일본 당국이 일본 내에서도 민감한 일제시대 판결문을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념비 건립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원회.대표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는 15일 오후 6시30분께 교토부 우지(宇治)시에 있는 '유메리아우지' 빌딩 4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토지방검찰청이 1944년 3월31일자 윤동주의 판결문을 최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판결문은 1984년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 펴낸 이부키 고(伊吹鄕)씨가 시집 출간 직전에 개인적으로 열람하고 전문을 시집에 옮겨 실은 적이 있지만 이후에도 검찰은 좀처럼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에 건립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문을 공개하고, 처음으로 전문 복사를 허용했다.

건립위원회는 판결문 외에도 재판 기록과 일기 등 증거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교토지방검찰청은 "1945년 이전의 판결 중 재판 기록까지 남아있는 것은 4건 뿐"이라며 "윤동주 사건의 경우 판결문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 건립위원회 사무국장은 "1980년대에는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판결문을 보고 첫 페이지 등 일부를 사진으로 찍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판결문 전문을 복사해서 공개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윤동주와 관계가 있는 송몽규씨의 재판기록 공개도 요청하고, 윤동주와 관련이 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동주는 1943년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에 재학하던 중 같은해 송몽규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치안유지법 위반)로 교토 시모가모(下鴨) 경찰서에 체포돼 1944년 3월31일 교토지방재판소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 판결을 받았고, 해방 직전인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福岡)형무소에서 옥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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