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남북관계나 통일의 문제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과연 그럴까?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노력 없이도 북핵 위기는 자연히 해결되고 평화통일이 되리라는 막연한 낙관론은 역사인식의 가장 큰 함정이다.

첫째, 남북한의 환경을 분석해보면 남북이 장기간 분단 상황에서 거주하면서 그 상황에 적응해 사실상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의 통일의 열망과 필요성은 감소될 것이다.

둘째, 우리가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분단비용을 생산과 복지를 증대하는 비용으로 전환시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남북한이 소모전을 지속한다면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평화통일을 하지 않고 ‘일류국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제일 신경을 쓰는 일은 맹방인 북한이 멸망하는 일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독식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의 영향력보다 커지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국제정치에서 세계패권을 노리는 국가들은 항상 지역패권을 먼저 장악하려 한다. 힘이 있는데 누가 자기 앞마당을 남에게 쉽게 양보하려 하겠는가? 즉 시간이 한없이 우리 편이 아닐 수가 있다.

넷째, 우리의 통일지원세력인 미국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서 계속해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포함해 남북한이 갖고 있는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남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다섯째, 우리가 우려하는 통일비용도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더욱 증가할 것이다.

앨빈 토플러도 한반도 미래의 핵심은 시간이라고 주장한다. 일종의 전술적 탱고로 변질한 북한 핵협상에서 최종 승자는 가장 느린 템포로 춤을 춘 팀이 될 거라는 것을 아는 북한은 최대한 시간을 질질 끌려고 애쓰고 있다.

전쟁의 원칙 중에 집중(Concentration)의 원칙이 있다. 집중이란 불필요한 지역에서 힘을 절약해 필요한 곳에 투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전략에서도 집중의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된다.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됐다. 시간이 한없이 우리 편이 아닐 수가 있다. 우리는 남북 간 대화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북미 간 대화로 연결돼 북핵문제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일을 열어야 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시대적인 소명의식을 갖고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막중한 책임을 떠 넘겨서는 안 된다. 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책임을 다하는 우리들이 바로 조국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준수하는 참다운 주인이다. 그 주인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북핵과 평화통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