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은 영천에서 황보승과 작별한 뒤 관우, 장비와 함께 노식 선생을 도우러 가다가 중간에서 함거에 묶여 죄수가 되어 호송되어 가는 노식을 만났다. 영문을 알아보니 조정에서 파견된 내시 좌풍에게 뇌물을 거절했다하여 앙심을 품은 그의 거짓 참소로 끌려간다는 것이었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킨 세 사람은 노식이 끌려가는 함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관운장이 현덕에게 말했다.

“지금 노식 선생은 잡혀 가셨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왔다고 하는데 우리가 광종으로 간들 누구를 의지하겠소. 고향인 탁군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겠소.”

현덕이 나섰다.

“자네 말이 옳은 것 같네. 내 생각도 그러하이. 막내 아우의 생각은 어떤가?”

“형님들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갑시다.”

장비도 맞장구를 쳤다.

세 사람은 심복 의병 5백명을 인솔하고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탁군으로 향했다.

이틀쯤 행군을 했을 때였다. 홀연히 산 뒤에서 함성이 크게 들려왔다.

세 사람이 말을 달려 높은 언덕에 올라 바라보니 전쟁이 한판 벌어졌는데 한나라 군은 대패해서 쫓기고 그 뒤에는 머리에 누른 수건을 질끈 동여맨 황건적 패들이 사방에서 물밀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누른 깃발에는 검은 글씨로 ‘천공장군’이라 크게 쓰여 있었다. 현덕은 깃발을 보자 장각의 대병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한판 붙어 볼 요량으로 말을 달려 산 아래로 내달렸다. 관우와 장비도 현덕의 뒤를 쫓았다.

이 싸움은 노식과 교대를 한 동탁이 장각과 싸우다가 대패해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유비 일행은 5백 정병을 거느리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장각의 군사들을 가로 막았다. 별안간 나타난 범상치 않은 세 장수 앞에 장각의 군졸들은 대패해 50리를 쫓겨 달아났다.

현덕은 동탁을 구해 본진으로 돌아오니 동탁은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세 분 장군께서는 무슨 벼슬을 하고 계십니까?”

동탁이 공손히 물었다.

“우리 모두 벼슬은 못한 백두 올시다.”

유비가 먼저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동탁은 갑자기 표정이 바뀌어 딴사람이 되어 거만을 떨었다.

“그만 물러들 가게.”

동탁은 차갑게 말한 뒤 무례하게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장비가 크게 노했다.

“우리들이 피를 흘려 싸워서 제 놈을 구했는데 저 새끼가 싸가지 없이 무례하니 이놈을 죽이지 아니하면 내 직성이 풀리지 않겠다.”

장비는 말이 끝나자 바로 칼을 뽑아들고 동탁의 침실로 뛰어 들었다.

동탁의 자는 중영인데 농서 임조 출신이었다. 하동 태수가 된 뒤부터 사람이 오만하고 방자했다.

장비가 칼을 빼어들고 동탁의 침실로 뛰어드니 다급해진 현덕과 관우가 다투어 장비의 옷자락을 낚아챘다. 현덕이 급히 장비의 칼을 빼앗았다. 관우도 장비의 어깨를 툭툭 쳤다.

“동탁은 조정의 명령을 받은 관리인데 죽여서는 아니 되네.”

장비는 화가 벌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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