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사건이 연이어 시끄럽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국제적으로 평화와 화합을 이뤄내며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지만, 올림픽 이후 풀어야 할 산적한 국내 현안들과 여야의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등에 대해 정부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적극적으로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분명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이후 대한민국은 얻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다. 잃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정치적 양극화 현상과 사회적 분열이다. 진보와 보수 간의 네티즌 대립도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에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김여정과 김영철의 ‘평창 프리패스’, 국민의 평가를 상시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행동들은 국론분열과 진보, 보수 간의 대립을 더 키운 모양새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정부의 행동은 바로 ‘김영철 감싸기’다. 김영철의 방남 논란과 관련해 통일부가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외교 안보 관련 정부 부처가 나서 김영철을 대변해주는 듯한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을 북한이 일으켰고 김영철이 주범인 사실을 알면서도 방남리스트에 김영철을 프리패스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철이 내려와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하고 이야기 몇마디 나눈다고 남북관계가 발전되고 1인 독재체재를 추구하는 김정은의 마음과 태도가 바뀌는가. 올해 들어 갑자기 돌변한 김정은의 대남 대화공세와 교류 강화를 통한 제스처는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기왕 벌어진 일이니 대화로서 북한의 적극적 태도에 응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평화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강력한 움직임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여론이다.

정부는 남북관계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으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김영철의 방남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핵문제를 포함해 대남관계, 남북교류문제 등 많은 부분을 김영철이 관할하고 집행하고 있어 김영철의 방남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곧 김영철 평창 프리패스의 논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김영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납득하지 못한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남 햇볕정책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송월을 포함해 삼지연악단의 노래와 음악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으며 올림픽 기간 특사를 파견해 남한에 손을 내밀었고 남북정상회담까지 먼저 제안했다.

겉으로 보이는 평화공세 속에서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래도 끈끈한 한미 동맹이다. 북한은 대남 햇볕정책쇼를 통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한미 균열과 동시에 북핵 보유의 판로를 꾀할 수도 있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국제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관계, 한미관계, 여야충돌, 국론분열, 양극화 현상 등 좌우갈등을 풀고 난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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