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정선(가명, 28)씨가 2013년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무려 53일간이나 감금당했던 전남 곡성의 시골집. 이씨는 “이곳이 개종브로커 최모 씨의 장모인 장모(89) 씨의 집”이라고 했다. 이씨가 5년 만에 찾아간 곡성 집의 창문과 방문 등에는 감금하기 위해 못을 박았던 자국과 자물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22일 이정선(가명, 28)씨가 2013년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무려 53일간이나 감금당했던 전남 곡성의 시골집(위). 이씨는 “이곳이 개종브로커 최모 씨의 장모인 장모(89) 씨의 집”이라고 했다. 이씨가 5년 만에 찾아간 곡성 집의 창문과 방문 등에는 감금하기 위해 못을 박았던 자국과 자물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나섰다”

5년만에 53일 감금됐던 곡성 집 찾아

창문 방문마다 못질 했던 흔적 그대로

“수법유사, 같은 개종목사 연루됐을 것”

[천지일보=송태복‧이미애 기자] “창문과 방문마다 못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지난 22일 이정선(가명, 28)씨가 2013년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무려 53일간이나 감금당했던 전남 곡성의 시골집을 다시 찾았다. 이씨는 “이곳이 개종브로커 최모 씨의 장모인 장모(89) 씨의 집”이라고 했다. 이씨가 5년 만에 찾아간 곡성 집의 창문과 방문 등에는 감금하기 위해 못을 박았던 자국과 자물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씨는 최근 동생처럼 아끼던 구지인씨가 화순펜션에 끌려가 질식사를 당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 이곳을 찾아냈다. 이씨는 “‘지인이가 머물렀던 화순펜션 창문에 못질이 돼 있다’는 기사를 보고 과거 내가 감금당했던 곳과 수법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같은 개종목사와 개종브로커가 관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인이가 개종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섰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곳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제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화순펜션에서 탈출하려다 질식을 당해 지난 1월 9일 사망에 이른 구지인씨는 2016년 천주교 수도원에서 44일간 개종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구씨는 당시 “임모 전도사가 수도원에 찾아와 개종교육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씨 또한 5년 전 강압에 못 이겨 임 전도사에게 개종교육을 받았다.

◆“창문‧방문마다 못질 된 곳서 53일간 감금”

이씨는 2013년 1월 26일 새벽 2시경 가족들에 의해 곡성 시골집에 납치‧감금됐다. 납치된 이후 가족들은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고 이씨에게 개종교육 동의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이씨는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며 4주를 버텼다. 그러다 5주차에 찾아온 최씨와 박씨의 협박에 못 이겨 개종동의서를 썼다.

동의서를 쓴 다음날부터 강제개종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임 전도사가 가장 먼저 3일간 개종교육을 했고 뒤이어 순천에서 활동 중인 김모 목사가 개종교육을 진행했다. 이씨는 순순히 개종교육을 받으면서 개종 된 척 한 뒤 광주 집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탈출을 시도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해 3월 18일에는 광주 J교회에 가서 7시간 동안 강 목사와 임 전도사가 진행하는 개종교육을 들었다.

2013년 3월 19일 최씨가 이씨에게 경찰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조선대 산학캠퍼스에서 가족과 함께 경찰을 만난 이씨는 경찰에게 단독 면담을 강하게 요구했다. 단독 면담을 통해 이씨는 그간 자신이 납치 감금당한 사실을 호소하며 가족과의 분리를 요구했고, 53일 만에 감금 상태에서 풀려 날 수 있었다.

이씨는 “납치와 감금 수법을 봤을 때 구지인 사망사건에도 같은 개종브로커와 개종목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니동생하며 지냈던 착한 지인이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어 “이단상담이라는 명분으로 자행하는 불법적인 인권유린, 강제개종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故 구지인씨가 질식사를 당한 전남 화순의 모 펜션.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 있어 열리지 않았다. 구씨는 강제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질식상태로 발견됐으며 지난 1월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故 구지인씨가 질식사를 당한 전남 화순의 모 펜션.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 있어 열리지 않았다. 구씨는 강제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질식상태로 발견됐으며 지난 1월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강요에 무너지는 인권… “종교의 자유는 죽은 법”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매년 150여명이 이씨와 같이 납치 감금상태에서 개종을 강요당하고 있다. 확인된 피해자만 벌써 1000명이 넘는다. 폭행 폭언 등은 물론 대부분의 피해자가 신체적 약자인 여성인 탓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권침해도 비일비재하다.

기성교단이나 목사들이 이단으로 규정하면 이단·사이비·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소수 종교인에 대한 종교 강요와 인권 파괴에 정부와 언론마저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헌법 제20조 1~2항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종교 소수자에게는 사실상 ‘죽은 법’이라는 게 이씨와 같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고(故) 구지인씨 또한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통령 앞으로 ‘이단상담소 철폐와 강제개종목사 처벌 및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강제개종 사건을 자문한 박모(51) 변호사는 “현재 자행되는 강제개종은 납치, 감금, 폭행, 폭언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 형법상 특수상해죄(형법 제258조의 2),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 특수체포·감금죄(형법 제278조), 특수협박죄(형법 제284조), 강요죄(형법 제324조) 등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개종의 피해는 개종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고 형법 등을 통해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공권력이 가족 간의 종교 갈등 문제라는 이유로 사건 개입 자체를 꺼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면, 인식의 전환이 될 수 있다”면서 종교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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