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서울시·서울대인권센터, 2016년부터 영상 발굴

영상, 재작년 공개된 사진과 같은 곳에서 촬영

학살 사실 기록된 미·중 연합군 보고서도 공개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을 증명하는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영상이 최초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3.1절 99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에서 19초 분량의 흑백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학살된 후 버려지는 조선인 ‘위안부’들의 모습과 중국 병사가 버려진 시체의 양말을 벗기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앞서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연구팀)은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을 수집하고 지난 2016년 원본 2장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은 사진병 프랭크 맨워렌(Frank Manwarren)이 중국 등충에서 찍은 것으로 학살된 조선인 ‘위안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수집 후 연구팀은 전쟁 당시에는 사진 촬영과 영상 촬영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고, 후속 작업으로 영상 발굴에 힘썼다.

서울시와 연구팀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을 방문해 자료 발굴 작업을 했고, 프랭크 멘워렌이 사진 찍은 곳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과 문서들을 찾았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중국 운남성 등충성 안팎의 장소에서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며, 촬영자는 미·중 연합군(Y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의 볼드윈(Baldwin) 병사다.

영상 속 장소인 등충은 송산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주둔지 중 한 곳이었다. Y군은 1944년 9월 7일 송산, 14일 등충을 공격해 함락시켰다. 영상은 등충성 함락 다음 날인 15일 촬영됐다.

1944년 9월 15일 프랭크 맨워렌(Frank Manwarren)이 찍은 사진(좌)과 볼드윈(Baldwin)이 촬영한 영상(우) 비교.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1944년 9월 15일 프랭크 맨워렌(Frank Manwarren)이 찍은 사진(좌)과 볼드윈(Baldwin)이 촬영한 영상(우) 비교.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1944년 9월 15일 프랭크 맨워렌(Frank Manwarren)이 찍은 사진(위)과 볼드윈(Baldwin)이 촬영한 영상(아래) 비교.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1944년 9월 15일 프랭크 맨워렌(Frank Manwarren)이 찍은 사진(위)과 볼드윈(Baldwin)이 촬영한 영상(아래) 비교.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연구팀은 2016년에 수집한 학살현장 사진과 영상이 같은 장소에서 찍혔다고 주장하며 ▲사진 원본에 찍힌 시체의 옷차림과 영상 속 시체의 옷차림이 같다는 점 ▲사진 속 중국군 병사가 영상 속에서도 등장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영상은 사진과 찍힌 각도만 다를 뿐이다”며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에 대한 역사적 입증자료로서 무게를 더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연구팀은 영상과 함께 당시 Y군이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을 알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문서도 발굴해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등충 함락이 이뤄진 1944년 9월 14일 18시 55분에 Y군 제54군이 보고한 정부문서 ‘G-3 Daily Diary Sept 15, 1944’다.

문서에는 “13일 밤 일본군은 성안에 있는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고 적혀있다. 문서에는 등충에서 13명의 여성이 Y군에 포로로 잡혀 생존했다고도 기록돼 있다.

1944년 9월 15일 작성된 작전일간 일지.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1944년 9월 15일 작성된 작전일간 일지. (제공: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27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조선인 ‘위안부’를 포함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을 촬영한 영상 중 최초로 공개된 자료다. 또한 함께 공개된 ‘G-3 Daily Diary Sept 15, 1944’도 현재까지 공개된 미군의 공식 작전일지 및 정보보고 중 유일하게 일본군 ‘위안부’ 학살내용을 담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연구팀에 속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학살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에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사료를 교차 분석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사례집을 시리즈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는 2016년부터 연구팀과 함께 발굴한 ‘위안부’ 관련 문서·증언·사진·영상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