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세로 큰폭 증가
국채·특수채 발행잔액 953조원
증가폭 줄었으나 빚부담 여전
청년 일자리 재원문제로 고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반도체, 화장품 강세에 힘입어 지난달 한국 수출물량이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도 지난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증하는 채권인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은 95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세수 초과 확보와 공공기관 구조조정으로 증가 폭 둔화세까지 이어져 정부의 빚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27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채 발행잔액은 615조 2284억원이고 특수채 발행잔액은 338조 201억원으로 합계는 953조 2485억원이다. 잔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것으로 앞으로 갚아야 할 금액을 의미한다.

국채 발행잔액이 연말 기준으로 6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채 발행잔액은 전년 말보다 약 34조원(5.8%) 증가했다. 지난해 국채 증가 폭은 2015년(10.5%), 2016년(6.7%)에 이어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3.7%) 이후 9년 만에 가장 작다.

정부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돈이 필요할 경우 확보된 세수를 활용하거나 국채를 찍어 자금을 마련하는데, 국채 발행잔액이 줄어든 것은 국채를 덜 찍어냈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액은 2010년(86조원)부터 2015년(163조원)까지 5년간 증가하다가 2016년(138조원)에 이어 지난해(124조원)에는 줄었다.

지난해는 경기 호조로 세수가 초과 확보된 덕에 국채 발행이 줄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65조 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2조 8천억원 늘었고 예산보다 14조 3천억원 초과 징수됐다. 작년 문재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도 국채는 발행하지 않았다.

특수채 발행잔액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구조조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91조원 수준이던 특수채 발행액은 2016년 60조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64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2015년에는 발행액 대비 상환액 비율도 70.5%에 그쳤지만 2016년과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97.3%와 97.7%였다. 특수채 발행액과 비슷하게 상환이 이뤄진 것이다.

다만 국채는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고 특수채는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으로 미래 세대가 나중에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랏빚이다. 따라서 세수 초과 확보와 구조조정으로 증가 폭이 줄긴 했으나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이 사상 최대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빚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최근 청년 일자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며 재원 문제로 고심 중이다. 기존의 재원으로 안 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때 국채 발행이 고려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특수채 발행잔액도 증가 폭이 0.4%에 그쳐 2015년(8.7%)과 2016년(0.7%)에 이어 2년째 줄었다. 특수채 잔액 증가율이 40%에 육박했던 2009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월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47.23(2010=100)으로 1년 전보다 14.7%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은 작년 9월(19.6%) 이후 최고다. 수출물량지수는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 메모리 등 집적회로(14.8%)의 수출물량 증가세에 힘입어 전기 및 전자기기 수출 물량지수가 19.4% 상승했다.

화장품(40.7%)·의약품(58.0%) 등 화학제품(14.1%)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화장품 수출을 짓누르던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잠잠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수출금액지수는 133.76(달러 기준)으로 22.7% 상승했다. 역시 전기 및 전자기기(27.5%), 화학제품(24.1%)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입물량지수는 142.33으로 12.9% 올랐다. 수입물량지수는 2016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상승세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수출물량이 증가한 것에 대해 2017∼2018년 글로벌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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