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밌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담배가격이 얼마로 인상되면 담배를 끊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한 갑에 8500원이면 끊겠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격 정책은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로, 세계은행보고서에 의하면 담배 가격이 10% 인상될 때 흡연율이 4%씩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0년 상반기 흡연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인남성 흡연율은 42.6%로 OECD 국가 평균치인 28.4%(2007년 통계자료)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기존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습관이 돼서’라는 응답이 61.7%로 스트레스 해소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에는 다시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어 강력한 금연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담배를 제조하는 담배인삼공사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기관이다. 담뱃갑에는 금연을 권장하는 협박성 글이 그득하지만 이미 중독이 돼버린 흡연자에게 그런 글은 그저 디자인일 뿐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미성년자의 담배 판매처가 되고, 돈에 눈먼 어른들은 냅다 비싼 값에 담배를 팔고 있다. 이 모든 게 누군가가 담배를 만들고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에서 얻어지는 세수가 워낙 크다 보니, 담배인삼공사도 앞에서는 금연을 외치고 뒤에서는 갖가지 모양의 담배 생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정부나, 담배인삼공사가 정말 금연을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금연으로 인한 수익감소도 바라는지 묻고 싶다.

담배인삼공사는 보건복지부의 가격관련 연구결과를 반영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 적정 시기에 8500원으로 담배가격을 올려 금연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독성 강한 담배의 특성상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빌미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말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금연을 원한다면, 단순논리로는 안 만들면 될 일이다. 담배인삼공사는 진심으로 수익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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