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주제다 홍만수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욕심 버리고 진실·정성으로 만든 차
“고객 위한 ‘차쟁이’로 남고 싶어”

경남 하동군 쌍계사를 지나 칠불암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비주제다’. 비주는 베지터블 주얼리(Vegetables Jewelry)의 약자로 야채 중의 보석, 녹차를 일컫는다. 비주제다는 직접 차를 재배해 녹차를 판매하는 다원이다.

홍만수 대표가 운영하는 비주제다에 들어가 찻상 앞에 앉으면 한옥 창문 너머로 녹차 밭이 펼쳐진다. 유기농으로 기른 야생 녹차 밭에서 따온 녹차잎은 주인장의 20여 년간의 노하우와 사랑, 정성이 버무려져 맛 좋은 차로 완성된다.

‘차는 내 운명’이라고 말하는 비주제다 홍만수 대표를 만나 그의 20여 년간의 차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심’은 통한다

홍만수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를 도와 차 농사일을 거들었다. 차밭을 일구며 생엽(가공하지 않은 잎)을 내다 파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가 직접 차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후에도 홍 대표는 차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홍 대표는 아버지에 이어 지난 1993년에 ‘만수제다’를 창업해 본격적으로 차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막막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 만드는 일에 전념해 이제는 자신만의 제다법체계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연간 8000통 가량의 차를 손수 만들고 있는 홍만수 대표는 “많은 양을 수제로 만들기에 벅차지만 이름을 내건 만큼 자부심을 갖고 항상 정성을 다해 만든다. 사업 초기에는 손님이 없어 많이 힘들었지만 이젠 차 맛을 알아주는 단골이 생겨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비주제다의 단골이 늘어난 건 홍만수 대표의 20여 년간의 노하우도 큰 몫을 했지만 차를 만들어가는 그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차를 만들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돈에 대한) ‘욕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차를 만들 때 아무리 불 조절을 잘하고 기술이 좋다고 해도 욕심이 들어가면 차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며 “욕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만들어야 차 맛도 좋아진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최상의 작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상품 위에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 위에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의 진심이 담긴 차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전해져 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

비주제다 차를 4년 동안 찾고 있는 동의대 정호경 교수는 “차를 만드는 사람이 좋아서 이곳 차를 마시고 있다. 성심성의껏 차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아니 차도 믿음이 가고, 차 역시 향이 깊고 맛이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감기를 낫게 하는 ‘고뿔차’

▲ 비주제다 효자상품 고뿔차 ⓒ천지일보(뉴스천지)
약 30년 전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만들어 낸 ‘고뿔차’는 비주제다의 효자상품이자 대표상품이다. 고뿔은 감기를 말하는 우리 고유어다.  

홍 대표는 “할머니는 집안 식구가 감기에 걸리면 발효시켜 둔 찻잎을 한 움큼 솥에 넣고 팔팔 끓여 주셨는데, 그걸 한 사발 쭉 들이켜고 구들방에서 땀을 내면 거짓말처럼 감기가 나았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제가 어렸을 적에 할머니는 마당 커다란 바위 위에 널어둔 찻잎이 시들면 색깔이 빨갛게 변할 때까지 비비기를 반복해 이를 구들방에서 발효시켜 처마 밑 선반 위에 올려두곤 하셨다”며 고뿔차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그 옛날 산동네 감기약으로 통했던 ‘고뿔차’는 녹차 덖음(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 방법이 일반화되면서 10여 년 동안 명맥이 끊겼었다. 홍 대표는 그러나 지난 1998년부터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고뿔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감기를 이르는 우리의 고유어인 ‘고뿔’이라는 이름을 따 ‘만수가 만든 고뿔차’를 탄생시켰다.

고뿔차는 발효차의 일종으로 지리산 계곡처럼 맑고 은은한 차향이 일품이다. 또한 지난 2002년 국제 명차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은 비주제다의 자랑이며, 1년 내내 단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품이다.

홍 대표는 “경험상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차의 참 맛을 알 수 있다”며 “비주제다의 고뿔차가 다른 차와 차별을 둘 수 있는 것은 일찍 시작한 만큼 맛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차의 첫 잔은 10대처럼 건강하고, 조금 더 우려낸 둘째 잔은 20대처럼 튕기는 맛이 있으며, 셋째 잔은 30대처럼 성숙한 맛, 그것이 고뿔차의 맛”이라고 설명했다.

비주제다 홍만수 대표는 “진실이라는 내 인생의 좌우명처럼 앞으로도 진실과 정성으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차를 선물할 수 있는 영원한 ‘차쟁이’로 남고 싶다”며 순박한 소망을 전했다.

▲ 비주제다 앞쪽 산에서 유기농으로 기르는 녹차밭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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