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흥부’서 놀부 실제 주인공 ‘조항리’로 분해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야욕 해학적으로 표현

“조항리, 전형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인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왕의 남자(2005)’에서 내면의 상처로 광기 가득한 ‘연산’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정진영이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의 조선을 가지려는 야심가 ‘조항리’로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항리(정진영 분)’ ‘조혁(김주혁 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영화에서 정진영은 조선을 가지려는 야심가 ‘조항리’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위압감을 드러낸다. ‘꿈을 꾸는 것도 죄가 된다’라는 카피는 자신의 권세를 위해서라면 두려울 게 없는 냉혈 함을 느끼게 하며 그가 보여줄 악인의 모습을 궁금케 한다. 또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후한 멋까지 더해 그의 깊어지는 눈빛만큼이나 멋스러운 중년의 매력으로 세대를 아우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서 사극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배우 정진영을 만났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백성의 삶과 고관들, 희화화된 악당의 모습이야말로 고전적으로 탈놀이 판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면에선 투박하다고 보이죠. 게다가 지금 이 시점에선 조혁의 입을 통해서 묵직한 이야기가 더 크게 와닿게 되는 거죠.”

그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재작년의 일이다. 조항리라는 캐릭터에 끌린 것은 전형적인 악인이지만 그간 해왔던 캐릭터와 차별됐기 때문이다. 정진영은 “조항리는 굉장히 해학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극 중에서 조항리가 방방 뛰거나 집어던지는 등 천박해 보이는 장면이 있다”며 “사실 ‘너무 지나치게 희화화한 거 아닌가’ 했는데 지난 2년 동안 실물을 뉴스에서 봤다. 그래서 ‘조항리가 이 사람 같겠다’ 싶은 모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흥부’ 스틸.(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 스틸.(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선 최고 권력 가문 광양 조씨의 병조판서 조항리는 자신의 야욕을 위해 친동생도 내치는 냉혈한 인간이다. 캐릭터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정진영은 표독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권력에 눈이 먼 ‘놀부’ 조항리를 실감 나게 표현한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정진영의 모습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정진영은 “격정적인 장면을 연기하는 게 오히려 쉽다. 조항리는 조금씩 깔면서 연기했다”며 “감정의 크기에 따라 희열이 나오진 않는다. 아주 조금 했는데도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항리가 조혁을 처음 만나서 엽전 두 묶음 중 하나를 던진다. 소품팀은 둘 다 주라고 가져다줬겠지만 저는 한 묶음을 던져줬다”며 “조항리가 조혁에게 두 묶음을 주려고 가져왔으나 막상 주려고 하니 아까워서 한 묶음을 줬을 것 같았다. 그런 소소한 정교함이 재밌다”면서 웃었다.

“조항리와 조혁의 전사가 필요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혁과 조항리는 흥부전 관계의 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제가 조혁한테 하는 대사 톤을 조금 다르게 했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말이죠(웃음).”

영화는 흥부전이라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세도정치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일으킨 민란인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흥부 놀부 형제, 과도한 세도정치로 힘을 잃은 왕 ‘헌종’, 그리고 조선 후기 최대 금서이자 대표적인 예언서 ‘정감록’까지 조선 후기 사회상을 그대로 담은 영화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투영한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영화 ‘흥부’에서 조항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이에 대해 정진영은 “이 영화는 메시지를 앞세운 정치 풍자 영화가 아니다. 현실정치 풍자드라마로 찍으려 했다면 다른 식으로 했을 것”이라며 “영화는 굉장히 보편적인 얘기를 한다. 정말 억압받고 힘든 민중의 삶과 민중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가들의 모습들은 알게 모르게 감독님이나 우리가 경험했던 지난 2년간의 일들이 투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도 이같이 보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린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며 “영화는 아주 날카로운 메시지보다는 흥부전의 주제 권선징악이 명료하게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흥부전은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전승되는 고전소설인 만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의 제목만 들은 뻔한 내용 아니냐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다.

“흥부전 하면 다 아는 이야기죠. 뻔한 내용 아니냐는 걱정을 하실 텐데 그 부분이 절묘한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본적인 미덕과 맛의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 고전소설과 영화 속 흥부 이야기가 적절하게 맞아 돌아가죠.”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